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8월 한가위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1천 년 넘게 이어져 온 큰 명절이라 그런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괜히 가슴이 설레기는 언제나 마찬가지다.
그동안 잘 찾지 않던 조상의 묘도 찾아보고, 귀성 준비도 해야 함에 마음이 바쁘다. 추석이 가까워 오면서 주말이면 성묘길에 오르는 차들로 고속도로를 비롯한 전국의 도로가 꽉 막힌 것을 보면 큰 명절은 명절인가 보다.
그리고 아무리 어려워도 성묘는 하고, 고향을 찾는 것을 보면 오랜 세월을 굳힌 세시풍속의 힘이 대단하다는 느낌도 함께한다.
농경문화의 산물인 추석은 예부터 우리 농촌의 2대 명절 중 하나다. 한가위의 유래는 1천여 년 전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7세기의 수서(隋書)에는 신라에서 매년 8월 15일이면 `가위'라고 하여 왕은 모든 신하들이 모인 가운데 풍악을 베푼다고 기록돼 있다.
더위가 물러가고 서늘해진 날씨에 백곡소과(百穀蔬果)가 새로 익으면서, 거둬들인 작물로 풍성함과 여유를 즐겼다 하겠다. 즉, 풍요롭고 좋은 계절을 맞아서 힘든 농사를 마쳤다는 농공감사제의 성격이 짙다.
우리와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추석을 크게 쇠지는 않은 것 같고 우리 민족만 큰 명절로 지내왔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에는 추석을 `농촌에서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로 삼는다'고 돼 있다.
`가위'의 유래담으로는 신라 유리왕 시대에 부녀자들이 편을 갈라 베짜기 시합을 한 후 진 편이 이긴 편에 베푸는 잔치나 놀이로 `갑다'(報,價)의 전성명사가 가위 또는 한가위로 된 것이라는 설이 정설로 돼 있다.
이후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게 됐으며 사람들은 차례라는 혈연적인 제의를 중심으로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까지 만나면서 유대를 다지는 기회로 삼는다고 볼 수 있다.
동국세시기에는 `한가위에는 술집에서는 햅쌀로 술을 빚고, 떡 집에서는 햅쌀로 송편을 만들고, 또 무와 호박을 넣어 시루떡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새로 추수한 곡식으로 술을 담그고 떡을 만들어 조상님의 차례상에 놓고, 또 가족 및 이웃과 나눠 먹었다는 것일 게다. 모든 것이 풍성한 가운데 나눔이 성행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 민족의 전통이고 또 전래되어 오는 미덕 중 하나로 정착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1천 년 넘게 이어져온 `나눔'이라는 미덕의 쇠함이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도 어김없는 외롭고 불우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시설에 온정의 손길이 줄거나 끊긴다는 보도는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제 몸 하나도 간수하기 힘들고 제 가족 챙기기도 어려운 처지에 주변이나 남을 돌아 볼 여유를 갖기는 힘들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난데없는 `9월 위기설'에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불안하고 움추린 마음을 쉽게 펴지 못했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계층이 `없는 사람'들이다. 고물가나 고유가, 수출부진, 고환율을 비롯해 좋지 않은 경제여건의 모든 충격은 없는 사람들이 몸으로 다 받는다.
없는 사람들이, 그리고 경제활동을 하지도 않는 계층이 무슨 환율의 영향을 받으며 수출부진과 무슨 상관이 있겠나 싶지만 나쁜 영향은 이들에게 먼저 가는 모양이다. 가진 자들이야 충격이 이보다 훨씬 덜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금 덜 먹고 덜 쓰고 해서 주위를 보살피고 베푸는 마음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예부터 내려오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8월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헛말이 되지 말았으면 하는 심정에서다.
그렇지만 현장의 사정은 좋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각 지역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침체 때문인지 추석을 앞두고 들어오는 기부금품이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인심도 각박해진 탓인지 기부와 관련된 문의전화도 거의 없다고 말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도 개인 기부는 이제 거의 보기 어렵고, 기업 등 단체 기부가 대부분을 차지하나, 그나마도 올 추석은 기부자가 유난히 적어 지난해의 70% 수준이라고 한다. 문제는 규모가 크고 잘 알려진 복지시설에는 다소 기부가 답지하지만 소규모 복지시설에는 기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추석 전날까지도 단 한 건의 기부도 받지 못한 복지시설 관계자들은 이번 추석을 어떻게 보낼지 막막하다고 한다. 군이나 구청 등 지자체로 기부가 들어오면 소규모 복지시설에 우선적으로 지원되지만 지자체에 들어오는 기부금품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기부의 재분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인 모양이다.
복지시설을 향한 온정의 손길도 `빈익빈 부익부'에 양극화 현상까지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의 불우한 이웃들이 고향을 찾을 형편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큰 명절에 송편이라도 한 조각 얻어 먹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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