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총리가 자국 삼림보호구역에서 호랑이를 찾아내어 연구용 위성 추적기를 달아주는 작업에 동참하였다가 몸무게 450킬로그램이나 되는 시베리아 호랑이를 잡았다고 한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한 때 멸종 위기에 처했으나 최근 들어 활발한 보호 활동덕분에 그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동물이다. 그 호랑이는 멍청하게도 동행하던 “러시아 TV”의 여기자에게 달려 들었는데 푸틴이 즉각 들고 있던 마취 총을 쏘아 다행히 그녀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이다.
호랑이가 소를 사냥하는 동영상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그 기자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푸틴은 과거에도 윗통을 벗고 낚시하는 모습이나 유도복을 입고 조르기를 하는 모습 등을 전세계에 보여주어 “마초”이미지를 세워오던 중에 이번에 호랑이를 (쏘아)잡는 모습으로 그가 원하는 이미지의 결정판을 만든 셈이다. 남자라면 한 때 꿈꿔 보게 되는 세상의 권력과 담력, 체력의 모든 것을 갖춘 셈이니 참으로 감탄스러운 인물이라고 생각된다.
푸틴은 1999년에 러시아 총리가 되었고 그 이듬해인 2000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 때 48살이었으니 비교적 젊은 나이에 최고 권력을 쥐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때에도 우쭐하지 않고 차분히 권력을 이어 받았는데 취임식 준비부터 과거의 대통령들과는 남달랐다는 것이 당시 러시아 주재 대사의 증언이다.
그 날을 맞아 푸틴은 이전에 하던 화려한 취임식을 모두 버리고 간소한 실무형 취임식을 하라고 지시하였다. 특히 대통령 취임식은 부부동반으로 치르는 것이 관례였지만 그것마저도 바꿔서 관련 인사들만 참석하도록 하였다. 이 같은 조치로 작은 예이지만 취임식 초청장 인쇄 비용 같은 것부터 크게 줄였다는 것이다. 그는 취임식에서 자신이 기적을 가져오지는 못하지만 러시아를 위해 자신의 모든 노력과 땀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하였다.
그는 2004년에 러시아 대통령에 재선되었고 2008년에는 삼선을 금지하는 러시아의 헌법을 고치지 않고 실세 총리로 옮겨 앉았다. 푸틴의 재임 중 스토리를 드려다 보면 외부인이 보기에 여러가지 밝은 면과 함께 어두운 면이 있지만 무엇보다 운도 어지간히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최근의 엄청난 원유가의 상승으로 러시아 경제가 강해지면서 집권 8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 푸틴이 대통령을 두 번이나 하고 다시 총리를 맡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무엇인가 해내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권위와 의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흔히 높은 사람들의 이임사에서 하는 말과 같이 “대과 없이” 그 자리를 끝내서 다행이라는 식의 정신상태라면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국제 사회에서는 삼선 개헌을 하리라고 예측하였었는데 빗나갔던 것이다.
푸틴이 그리는 러시아와 러시아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결국은 강한 러시아,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 강한 발언권과 영향을 갖는 러시아, 러시아의 이익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러시아를 그리는 것일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해체된 과거 “소련”의 세계 투 톱의 영향력을 되찾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 소련과 같은 무모한 군비 경쟁을 통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그도 잘 알 것이므로 미국이 리드하는 나토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결국 경제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전략일 것이다. 아마도 민주화나 전 국민의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 같은 것은 우선순위상으로 밀리게 될 것이다.
그의 개인적 성향대로 “폼” 잡는 일보다는 러시아의 실리를 챙길 수 있도록 “힘”을 기르려 할 것으로 믿고 싶다. 하여간 그는 “힘”을 동경하는 것 같다.
이제 10월 7일이 되면 푸틴이 56세가 된다. 그 나이에도 달려드는 호랑이에 당황하지 않고 총을 당길 수 있는 담력과 배짱은 확실히 부럽다. 아마도 대통령을 지낸 총리로서 자신이 바라는 러시아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명분으로 몇 년을 더 힘차게 일 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러시아는 우리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지정학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는 나라이니 러시아가 잘 되고 푸틴도 잘 해 나가기를 바란다.
하여튼 그의 참모들이 다음 사진으로 고공 낙하산 점프나 윗통 벗고 통나무 패기 같은 정도로는 이번의 “호랑이 잡기”같은 초강력 이미지를 뛰어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 번 그의 사진이 기대 된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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