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웰빙 열풍은 우리의 먹거리에도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죽 전문점과 샐러드바, 유기농 야채가 환영받고 있으며, 과일 소비가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웰빙 열풍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패스트푸드의 변화가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패스트푸드점도 호밀빵이나 야채버거, 샐러드 등 건강메뉴를 도입하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웰빙열풍으로 나타난 먹거리 문화를 기존의 패스트푸드와는 반대되는 슬로우푸드라고 칭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란 단순히 시간이 걸리지 않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요리방법이 빠를 뿐만 아니라 음식을 둘러 싼 사람들의 생활도 역시 그렇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패스트 푸드는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 산업구조 등에서 드러나는 양식이며 현대의 사상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패스트푸드는 또한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우선 먹는 사람의 건강에 해를 끼친다. 일본의 경우 패스트푸드가 유입된 후 비만이 두 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패스트푸드는 칼로리에 비해 영양성분이 턱없이 낮아 비만과 영양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는 데다 자주 먹다보면 인공감미료에 길들여져 자연 미각을 잃게 된다.
또한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아이들은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릴 가능성이 40%나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영국에서 발병한 광우병 또한 먹거리 생산에서 속도경쟁 때문에 생긴 것이다. 남보다 소를 더 빨리 키우기 위해서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인 양의 내장을 먹인 것이 화근이 됐다.
이렇듯 패스트푸드는 먹는 이의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인공감미료에 길들여 지역의 다양한 음식을 획일화하고 다양한 음식재료를 제공해 온 지역농업의 붕괴를 이끌고 있다.
슬로우푸드는 198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우푸드 운동에 의해 주창되었다.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광장 옆에 미국의 맥도널드가 진출하자 이탈리아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패스트푸드가 가져올 맛의 획일화를 반대한 것이 계기가 됐다.
슬로우푸드는 전통방식으로 재배한 식재료를 사용해 조리하기 때문에 영양소가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되는 것이 특징이다.
슬로우푸드 운동은 각 나라의 전통음식을 재발견하고 보전하는것 그리고 친환경적인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슬로우푸드는 식사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식사를 배를 채우기 위한 행위로 생각해 단숨에 먹는 것은 아무리 음식 그자체가 슬로우푸드라 하더라도 슬로우푸드 식사로 볼 수 없다. 음식에 대해 생각하고 음식을 만든 사람에게 감사하며 음미하면서 먹는 것이 슬로우푸드라고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웰빙과 슬로우푸드가 현대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일까?
패스트푸드는 말 그대로 빠른 음식이다.
20세기의 인류가 살아온 역사는 전화와 컴퓨터로 상징하는 속도의 시대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중 자본주의는 모든 사람을 속도 속에 빨려 들어가게 한다.
시간이 곧 돈이라는 논리는 패스트푸드에 의지할 수 밖에 없도록 사람들의 입맛을 조장하고 있기도 하다. 속도경쟁은 경제성과 편리성을 제고 해서 우리에게 더 많은 여유와 시간의 창조를 가져온다고 생각됐다.
특이한 먹거리나 슬로우푸드 테이크아웃 등의 먹거리 트렌드들은 결코 우리 나라의 문화현상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슬로우푸드에서는 빠르고 스피디 한 것을 추구하는 시대에 대해 반성해 보고,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느림의 철학이 우리사회에 새로운 가치관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표적인 슬로우푸드인 ‘죽’도 최근 전문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새롭게 뜨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빨리빨리를 외치던 소비자들도 최근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믿을 수 있는 음식을 위해 기꺼이 기다리는 시대”라며 “신선한 과일과 야채 등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음식에 대한 인기는 당분간 식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슬로우푸드는 정성이 담긴 요리 과정은 물론이고 미각의 즐거움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음식들이 대상이 됨으로써 전통 음식의 보존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된다 하겠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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