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난 절에서는 별미 별식이 나올 것 같지만 사실 어느 절이든 음식은 비슷하다. 장아찌가 태반이요 그 재료는 대부분이 무다. 무 장아찌에서 시작해 무탕국, 무말랭이를 거쳐 무짠지에 이른다.
포토 에세이집 '산사의 아름다운 밥상'은 전통을 지켜온 것으로 이름난 전국의 절 14곳을 찾아가 그곳의 음식을 찬찬히 뜯어 살펴 음미한 다음 만드는 과정을 소개한다.
가장 많이 나온 조리법은 장아찌를 소재로 한 것이고 식재료 가운데는 무가 가장 자주 등장하며, 가장 비싸 보이는 것은 죽순일 정도로 절 음식은 대체로 검박하다. 이런 까닭에 육식과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보통 사람이 책의 제목에 나온 절 음식의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적잖은 수련이 필요해 보인다.
승주군의 선암사 경우 '명품'은 무말랭이에 매실, 깻잎 장아찌이고 문경 김룡사도 무와 가죽나무 잎으로 만든 장아찌를 앞세운다. 오대산 지장암의 두부채소 전골은 오히려 화려해 보일 정도다. 재료는 소박해보일지언정 보이는 음식의 품위와 풍미는 대단히 정갈하다.
음식을 만드는 공간인 공양간도 삽화로 등장한다. 나물을 다듬어 반찬을 만드는 채공 스님, 국과 찌개를 담당하는 갱두 스님, 공양간을 총지휘하며 밥을 짓는 공양주 스님이 나오고 공양간의 배치구조 등이 소개된다.
저자 이씨는 머리글에서 "환경과 먹을거리 문제의 해법을 불교에서 찾으려는 움직임도 커진다"며 "공양간이야말로 불교 사상이 생생하게 녹아 있는 최고의 현장이자 교화의 방편"이라고 강조한 후 규약이 엄연한 수행공간인 공양간을 속인에게 보여준 데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 있고 한 알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어 식재료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게 불가의 법칙"이라며 "음식이 나를 키우고 내가 우주가 되니 음식이 곧 우주가 된다는 '만물일여(萬物一如)'의 불가 사상을 공양간에서 엿볼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저자가 2005년 월간 '불교와 문화' 편집장으로 있을 때 공양간을 소개했던 기획물을 다시 다듬어 엮어낸 것으로 불교계 특유의 우리 입말을 잘 살려 글을 지었기에 절 음식처럼 맛이 순하고 깔끔하며 구수하다.
책의 사진은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을 촬영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작업을 9년간 했고 현재 월간 '불광'에서 일하는 하지권 씨가 찍은 것으로 어느 한 장 예사롭지 않고 볼수록 마음이 평안해진다. 글과 사진이 모두 맛깔스러워 식후에 읽는 게 낫다.
아름다운 인연 펴냄 / 이경애 지음 / 하지권 사진 / 227쪽 / 9800원.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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