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쇠고기시장 전면개방 문제에 전선을 집중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건강과 축산농가의 희생을 담보로 일방적인 대미 `퍼주기' 협상과 `졸속.굴욕외교'를 했다며 전면 공세를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쇠고기 개방문제는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도록 하겠다"며 "이것이야 말로 대표적 민생문제"라고 규정하고 "협상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것을 다 내준 것이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선물을 바치기 위해 생명권과 검역주권을 다 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총선후 수세에 내몰린 민주당으로서는 25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국민 `식탁'과 관련된 쇠고기 개방문제를 적극 쟁점화함으로써 여당 독주의 정국 흐름에 제동을 걸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는 듯한 분위기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너무 많은 희생과 굴욕을 감수케 하고 상대국에는 지나친 저자세 외교를 하는 것이 아닌가 씁쓸하다"며 "이 대통령이 쇠고기협상 양보는 정치논리라고 말씀하셨는데,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물어봐도 100% 앙보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단선적으로 사고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고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혼식을 장려하기 위해 혼식하는 모습을 언론에 보여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이 대통령도 질 좋고 값싼 고기를 먹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줄 것 같다"고 꼬집고 "국민이 얻을 상처로 볼 때 실리와는 동떨어진 외교라는 점을 명심해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과 진보 정파들은 점차 보조를 맞춰가는 분위기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는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쇠고기 수입개방 철회를 위한 야당 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과 진보신당 이덕우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 등 시민단체 대표자들과 함께 광우병 미국산쇠고기 수입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쇠고기 수입협상 철회를 주장했다.
강기갑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유용화의 아침저널'에 출연, "일방적으로 미국에서 요구한 모든 것을 다 들어줘 버리고 국민 건강과 위생 부분들도 모두 포기해버렸다"며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입법부로서 대정부 질문이나 상임위를 통해 이번 협상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바로 철회를 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쇠고기 개방협상과 연계된 한미 FTA 비준의 찬반 여부를 놓고 민주당 내에서 미묘한 엇박자 양상이 표출되고 있어 주목된다.
손학규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한미 FTA가 국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우리 당에 (한미 FTA를 체결했던) 노무현 전대통령보다 못한 사람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쇠고기 전면개방에는 반대하지만 한미 FTA는 별도로 접근하자는 일종의 분리대응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한미 FTA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조건부 찬성"이라며 "피해를 입는 국내 산업과 계층들을 충분히 납득하고 국민들이 공감하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기존의 신중론을 견지했다.
최 정책위의장은 특히 기자들과 만나 "무엇보다도 농가소득보전직불제를 해줘야 한다"며 "FTA로 인해 농가의 소득이 줄어드는 부분 만큼을 정부가 적절하게 직불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불규모에 대해 "몇천억원 수준"이라며 "직불제가 된다면 FTA에 대해 반대를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쇠고기 문제를 놓고 당력을 모아야할 시점에서 FTA 문제를 둘러싼 당 지도부의 입장차가 대여투쟁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푸드투데이 이상택 기자
001@foodtoday.or.kr
Copyright @2002 foodtoday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