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등 독주 소비량 세계 4위
술 인한 사회적 손실 15조원
과음에 관대한 풍조 사고 불러
연말·연시 술자리 많아
연말·연시가 되면 크고 작은 모임으로 술자리가 잦아지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과음, 폭음, 음주량에 대한 과시 풍조 등 관대한 음주문화를 가지고 있다.
술로 인한 피해는 마신 본인뿐 아니라 교통사고와 범죄, 가정폭력 등 제3의 희생자를 만들 수 있어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연간 순수 알코올 소비량은 9.3ℓ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9위이며 소주, 위스키 등 ‘독한 술’ 소비량은 세계 4위이다.
이는 국민 1인당 소주 72병, 맥주 108병꼴로 3일에 1병 정도 술을 마신다는 결론이 나온다.
심지어 지난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기 안에서 소비된 술의 양만 해도 138만ℓ로 20도짜리 소주로 환산하면 200여만 병 분량이고 시가로는 약 100억원이 넘는다.
연세대 정우진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주폐해로 인한 조기사망과 의료비 지출, 생산성 감소 등 사회경제적 손실비용은 연간 14조9352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86%를 차지한다.
또 2001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정신질환실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18∼64세 알코올 사용 장애 인구는 221만 명(6.8%)에 이르고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도 매년 22.7%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나라라고 다르지 않다.
전체 술 시장 매출액이 122조원에 이르는 미국은 매출액의 48.%인 59조5000억여원이 미성년자나 술 중독자에 의해 소비되고 있다는 게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다.
놀라운 것은 21세 미만 미성년 음주자 4명중 1명은 이미 술중독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
‘술고래’가 많기로 소문난 태국은 올해 우기에 홍수로 숨진 207명 가운데 27%가 술에 취한 채 골아떨어졌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태국은 1인당 술 소비량이 포르투갈, 아일랜드, 바하마, 체코 다음으로 많다.
이에 태국 정부는 음주 허용 연령을 현행 18세에서 20세로 상향 조정하고 주류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등 강력한 술 소비억제책을 마련 중이다.
영국도 1주일에 1회 이상 음주 경험이 있는 11∼15세 사이 청소년이 1990년 13%에서 최근 20% 가까이 늘어나 유럽 최고를 기록하고 있고 여성의 경우, 아일랜드 여성과 함께 세계 최고 주당으로 꼽히고 있다.
일간 인디펜던트가 벨기에, 프랑스, 미국 등 전세계 21개 국 여성 1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술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 영국과 아일랜드 여성이 독일이나 이탈리아 여성보다 11배 가량 더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7∼30세 여성 3명 중 1명은 2주일에 최소한 한 번씩 4잔 이상의 술을 마시는 ‘술고래’에 해당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영국 정부는 여성이 폭음했을 경우 성폭행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여성이 취한 상태에서 성관계에 동의했다면 성폭행으로 기소할 수 있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성폭행을 당한 여성의 81%가 사건이 발생하기 전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중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20년 간 음주 비율이 10% 증가했고 15세 이상 중국인 가운데 알코올 의존성을 보이는 사람이 3.7%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청소년과 여성 음주자가 급증하자 국가알코올종합대책 ‘파랑새 플랜 2010’을 마련해 음주폐해를 줄이는 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음주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술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2010년까지 시민·전문가단체 등과 공동으로 음주문화 바꾸기 공동체인 ‘파랑새 포럼’을 만들어 국민캠페인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또 보건소나 교육기관에 ‘절주학교’를 설치해 운영하고 국공립공원이나 종합경기장, 놀이시설 등에 ‘음주청정지역’을 설정해 음주를 제한할 방침이다.
이밖에 음주운전행위자와 음주운전 사고자, 음주관련 범법자에 대한 알코올 의존에 관한 ‘교육이수명령제’와 ‘치료명령제’의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의 음주폐해 예방사업이 단순 교육과 홍보에 치우친 경향이 짙다고 지적한다.
알코올 중독 환자가 전국적으로 300여만 명에 이르는데 전문 상담센터는 26곳뿐이고 관련 예산도 50억원에 지나지 않아 치료 인프라 조성과 예산 확보없이는 정부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공복음주 금물 안주 꼭 먹어야
물 자주 마시면 숙취해소 도움
콩나물국·꿀물 등 음주후 좋아
알코올 중독 예방사업 시급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 성분은 마취제와 비슷해 지나치면 독이 된다.
알코올은 칼로리가 있어 에너지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식품의 성질을 띠고 있지만 소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술은 피로와 권태감을 줄여줄 뿐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며 위액 분비를 자극해 식욕을 북돋워주기도 한다.
그러나 지나친 음주는 지방간, 간염, 간경변, 간암 등 간질환의 원인이 될뿐 아니라 교통사고나 낙상 등 각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은 또 체내 수분을 증발시키기 때문에 피부가 건조해져 잔주름, 기미, 여드름, 뾰루지 등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된다.
과음한 다음 날 얼굴이 푸석푸석해지고 각질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숙면을 취하지 못한 데다 체내 알코올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면서 수분을 함께 배출시켜 피부가 건조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알코올은 신체의 면역체계를 손상시켜 에이즈 발병시간을 단축시킬 뿐 아니라 통풍 재발도 촉진시킨다고 한다.
특히 통풍 환자의 경우, 아무리 소량일지라도 술을 마신 지 24시간이 지나면 통풍이 재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는 것.
일반적으로 술의 알코올 성분이 뇌와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는 음주 전에 어떤 음식을 어느 정도 섭취했는냐와 마실 때의 기분 상태, 개인의 주량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아무리 술이 센 사람이라도 알코올 혈중농도가 0.15% 수준이 되면 취기를 느껴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가 없고 감정을 자제할 능력도 없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스키 한 잔도 향을 즐기면서 여유있게 마시는 외국인들과 달리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술잔을 돌린다.
술잔을 돌리면서 술을 마시면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되고 특히 회식이나 접대 술자리에서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술은 우리나라 음주문화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술은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적당량을 기분좋게 마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술이 술을 마시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안된다.
또 공복에 음주는 절대 피해야 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천천히 이야기하면서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양질의 술안주는 주당들의 건강유지에 필요하므로 두부, 생선, 우유, 치즈, 달걀 등 단백질 식품을 듬뿍 섭취해야 한다.
안주를 먹지 않고 술만 마시면 위를 지나치게 자극해 간의 활동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밖에 술 마시는 틈틈이 물을 자주 마시면 이뇨작용과 더불어 알코올을 희석시켜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고 혼주(混酒)는 몸을 망치는 최악의 주범이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알코올이 완전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맥주 1병이 3시간, 소주 1병이 15시간이다.
그렇지만 간이 완전히 기능을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72시간 정도가 필요하다.
전문의들이 “매일 술 마시는 것을 피하고 1주일에 최소 2∼3일은 쉬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술독 빼고 영양공급 중요
‘두통, 갈증, 구토, 멀미, 속쓰림, 피로감…’ 과음한 다음 날 어김없이 찾아오는 숙취 증상들이다.
숙취를 푸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술독을 빼고 속을 편안하게 하며 영양을 공급한다는 기본 원칙은 같다.
숙취 증상은 알코올 분해 때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 때문에 생긴다.
이 아세트알데하이드의 대사를 도와 숙취 증상을 덜어주는 음식으로는 콩이 최고다.
콩나물국, 콩나물김치국, 콩나물국밥, 된장국 등 콩나물, 된장, 두부 등을 이용한 요리가 음주후 속풀이에 도움이 된다.
특히 콩나물 뿌리 부분에 다량 함유돼 있는 아스파라긴산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을 도와준다.
또 북어는 다른 생선보다 지방함량이 적어 위에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간을 보호해주는 아미노산 성분인 메티오닌이 풍부해 주독에 지친 간을 달래주는 효과가 있다.
철분과 단백질이 풍부한 선지는 콩나물, 무 등과 잘 어울려 피로한 몸에 활력을 주고 위벽을 보호한다.
미역이나 조개 등 해조류는 간장의 활동을 돕는 글리코겐이 많아 알코올이 몸속에 들어와서 생기는 유해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의 대사를 도와주고 특히 재첩엔 간 해독작용을 촉진하는 타우린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내장의 열을 내려주는 배추는 숙취로 인한 갈증 해소에 효능이 있고 시원한 무국도 속풀이 음식으로 빼놓을 수 없다.
음주후 흔히 마시는 꿀물도 당분을 보충해주므로 해독에 도움이 되고 인삼차, 녹차, 모과차, 유자차 등 전통차도 숙취 해소에 좋다.
특히 녹차와 우롱차 등은 이뇨작용을 하기 때문에 음주후 자주 마시면 소변을 통해 알코올 성분이 빠져 나가 술 깨는데 효과적이다.
유자차도 알코올 대사 때 소비되는 비타민 C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주독을 풀고 음주로 인한 구취 제거에 좋다.
이밖에 비타민 B12가 풍부, 피로를 풀어주는 연근즙과, 알코올 분해효소가 있어 속이 개운한 오이냉즙, 갖가지 제철 과일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한편 과음후 피해야 할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맵고 짠 해장국과 해장술이 있다.
얼큰한 해장국은 위벽을 자극해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간의 기능이 저하돼 있을 때 해장술을 마시면 반드시 장애를 일으킨다.
해장술을 마시면 그 순간에는 숙취가 없어지는 것 같으나 오히려 숙취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뚜렷한 해소방법이 없는 숙취도 질병과 마찬가지로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
음주 1~2시간 전에 부드러운 죽이나 스프, 밥과 콩나물국, 조개탕, 우유 등을 미리 먹어두면 포만감을 느껴 술의 양도 줄여주고 위염 방지에 도움이 된다.
술을 먹고 난 뒤에는 숙면을 취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숙취해소와 건강에 좋다.
푸드투데이 조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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