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와 바이오에너지 수요 급증 등에 세계 곡물 가격이 크게 뛰면서 국내 경제에도 경상수지 적자 확대나 물가 상승 등의 타격이 우려된다.
◇ 옥수수.밀 값 10년래 최고 수준
농촌경제연구원이 30일 발표한 '9월 세계 곡물가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밀(소맥)의 경우 캔사스상품거래소(KCBOT)에서 9월물 인도분이 지난 14일 현재 t당 296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68%, 한달 전과 비교해도 21%나 높은 것으로 지난 96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옥수수와 대두(콩) 가격도 폭등세다. 같은 시점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9월물 옥수수와 대두는 각각 t당 132달러, 346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동월대비 각각 34.7%, 72.1% 오른 가격이다.
지난 2005년 이후 계속되는 곡물 가격 강세는 브라질.미국을 중심으로 옥수수 등을 이용한 바이오원료 개발이 본격화하고 중국 등 개발도상국의 소비도 늘면서 곡물 수요가 급증한데 비해 공급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세계적 이상 기후와 미국 중부지역의 서리와 홍수 등으로 곡물 수급 여건이 더욱 나빠져, 지난 1986년 35%에 달했던 전 세계 곡물 재고율은 올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5%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농산물 적자 눈덩이..사료.밀가루 값 인상 줄이어
식량 자급율이 25%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로서는 곡물 가격 상승은 당장 무역수지 악화와 물가 상승 등의 형태로 경제에 주름살을 만든다.
실제로 농수산물유통공사(aT) 농수산물무역정보(KATI) 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상반기 농축산물 65억3744만달러어치(1396만t)를 수입하고 11억224만달러어치(67만t)를 수출해 결과적으로 54억3520만달러의 적자를 봤다.
수입액은 25.3% 늘어난 반면 수출은 9.5% 증가하는데 그쳐 적자가 작년 상반기에 비해 29.1%나 확대됐다. 또 이같은 적자 규모는 같은 기간 메모리 반도체 무역 흑자(52억755만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반도체로 벌어들인 돈을 모두 해외에서 농축산물을 구입하는데 쓴 셈이다.
특히 단일 품목으로 수입 규모가 가장 큰 옥수수의 경우, 가격 폭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수입액이 작년 동기보다 50%이상 많은 8억7078만달러에 달했다.
이같은 증가 추세가 연말까지 유지될 경우 올해 농축산물 적자는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넘어 11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곡물 가격 상승은 이를 원료로 한 배합사료와 가공식품 값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배합사료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애그리브랜드퓨리나코리아는 이달 들어 품목별로 평균 4.5% 가격을 올렸고, 대한제당도 지난 10일부터 배합사료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배합사료 값은 올해 들어서만 이미 세 차례 올랐고, 작년 11월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채 1년도 안되는 기간에 30% 가까이 뛴 셈이다. 가뜩이나 미국산 등 수입산 홍수에 고전하고 있는 국내 축산업계로서는 큰 부담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8일 국제 밀 가격 상승분을 반영, 밀가루 제품의 출고가격을 13~15% 인상했다. 20㎏ 강력분은 1만2760원에서 1만4410원, 중력분은 1만2030원에서 1만3640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다른 제분업체들의 밀가루 가격과 라면.빵.제과 등 관련 식품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푸드투데이 조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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