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에서는 하나의 상품이 히트하면 제품 컨셉부터 성분, 용기까지 유사한 ‘미 투(Me Too)’제품이 앞 다투어 출시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돼 수익을 올리기 쉽다는 판단에서 나온 마케팅 전략이다.
새로운 시장 개척한 신제품의 출현 뒤, 비슷한 미투 상품들이 범람해 경쟁구도를 이루어가는 시장의 움직임을 업계에서는 하나의 상품이 히트상품으로 인정받아가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통과의례처럼 여기고 있다.
즉 ‘미투제품을 낳는 제품은 히트상품이다’라는 공식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 함량이 높은 하이카카오 제품을 비롯해 쵸코파이, 발효유, 자일리톨껌, 비타민음료 등이 대표적으로 미투 상품의 공식에 부합하는 시장이다.
차(茶)음료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차온 까만콩차’가 새로운 시장을 열며 승승장구하자 일화의 ‘햇살 가득한 까만콩차’를 시작으로 미투 제품이 등장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일화는 해태음료의 ‘차온 까만콩차’와 제품명 뿐 만 아니라 디자인, 용기 등 제품 전반의 컨셉이 거의 동일한 제품을 내놓고 미투 마케팅에 뛰어 들었다.
해태음료가 지난 5월에 내놓은 ‘차온 까만콩차’는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약 1000만병을 기록하는 성장세를 보이며 동아오츠카의 ‘블랙빈테라티’와 함께 새로운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런데 해태음료의 반응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업계에서 자사제품의 미투 제품이 등장하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던 것과 달리, 해태음료는 현재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표정이다.
‘차온 까만콩차’ 미투 제품의 등장은 자사 제품이 히트상품이라는 업계의 인정과도 같은 것이고 후발업체들의 ‘미투 전략’에 전체 시장이 커질 수 있어 긍정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한 예로 지난해 7월 출시돼 약 6개월 만에 약 1000만병이라는 판매고를 올렸던 광동제약의 ‘광동 옥수수 수염차’가 웅진식품, 동원F&B, 남양유업에 이어 롯데칠성음료마저 옥수수 수염차를 잇따라 내놓는 미투 제품들과 경쟁구도를 그리며 히트상품으로 자리한 바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업계에 만연되고 있는 이런 미투 상품, 일명 ‘베끼기 상품’들의 범람은 긍정적인 면모보다는 블루오션형 신상품 개발에 사력을 다하는 업체들의 '벤처 정신'을 사라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 8월 중순, 유업계에서 ‘남양유업-빙그레’의 분쟁의 법원 판결도 일종의 업체들의 미투 마케팅에 제동을 건 사례라 할 수 있다.
남양유업이 ‘맛있는 우유 GT’의 포장 디자인을 빙그레의 ‘참 맛좋은 우유NT’가 바탕색과 색감, 포장 그림 등을 동일하게 모방했다고 주장하면서 붉어진 논쟁은 결국 법정다툼으로 이어져 승소 한 바 있다.
또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발효유 싸움도 유사상품을 둘러싼 논란이 법정공방으로 비화된 사례이다.
매일유업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남양유업의 ‘불가리스’와 비슷한 ‘불가리아’라는 이름을 짓자 남양유업이 소송을 제기했고 법정공방 끝에 최근 법원은 남양유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 외에도 대표적 베끼기 상품전(戰)이었던 오리온과 롯데제과의 ‘초코파이’ 분쟁. 1974년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상표로 등록하고 5년 후 롯데제과가 첫 글자만 바꾼 ‘롯데 쵸코파이’를 상표로 등록해 시작된 분쟁도 결국 법정에서 초코파이는 과자류를 일종으로 해당 상품의 보통명칭이 돼 식품의 식별력을 상실했다는 결론으로 일단락 된 바 있다.
크라운 죠리퐁에는 롯데 졸리굿이, 해태제과의 인기 장수제품인 홈런볼에는 롯데의 마이볼이 미투 상품으로 따라붙었으며 광동제약의 비타500이 인기를 끌자 동화약품의 비타 1000이 곧바로 등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식음료 업계의 미투 논란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매일유업이 ‘맛있는 우유속 딸기과즙’ 으로 과즙우유 시장에 처음 뛰어들자 4년 뒤 남양유업은 ‘우유 속 진짜 과즙 듬뿍’ 시리즈를 내놓는 등 이번에 승소한 남양도 ‘미투 마케팅’을 일부 구사해왔다.
뒤늦게 출발한 미투 제품이 원조제품의 인기를 뛰어넘는 경우도 있다. 남양이 ‘니어워터’를 먼저 내놓았으나 정작 인기를 끈 것은 롯데칠성의 ‘2%부족할 때’였다.
식음료·제과 업계에서는 그 동안 시장의 규모를 키운다는 공동의 목표아래 어느 정도 ‘미투 전략’을 묵인해왔다.
미투 제품은 시장 독점을 막고 소비자선택의 폭을 넓혀 이익을 극대화 시킬 수 있지만, 선발업체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신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해 성과를 얻자 연구개발비의 투입 없이 선발업체가 구축한 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상도의를 위반한 비도덕적 행위라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투 제품을 하더라도 재창조 한다는 생각으로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고 시장에 나와야 한다”며 “기업의 건전한 시장 경쟁 뿐 만 아니라 지속적인 성정을 위해서도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나아가 히트상품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드투데이 백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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