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주부 A씨는 최근 주말 저녁 메뉴로 ‘간장게장’을 선택했다. 유명 맛집에서는 1인분에 3만~4만 원을 훌쩍 넘지만, 마트에서 산 제철 꽃게에 전용 간장을 붓는 것만으로 준비를 끝냈다. 조리 시간은 단 5분, 비용은 외식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귀차니즘’과 ‘가성비’를 동시에 겨냥한 식품업계 신제품들이 외식 시장까지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과거의 가정간편식(HMR)이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수준였다면, 최근에는 전문점 수준의 맛과 품질을 구현하며 ‘집밥의 외식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조리 과정의 최소화, 나아가 제거다.
샘표가 선보인 ‘간장게장 간장’은 ‘게장은 만들기 어렵다’는 인식을 뒤집었다. 간장을 끓이고 식히는 복잡한 과정 없이, 손질된 꽃게에 붓기만 하면 2~3일 뒤 전문점 수준의 맛이 완성된다. 1.5L 대용량 제품을 9,980원에 판매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오뚜기의 ‘요즘 녹두실당면’은 전통 식재료의 시간 장벽을 낮췄다. 불릴 필요 없이 끓는 물에 3분이면 조리가 가능해 찌개나 마라탕에 즉시 활용할 수 있다. 1인분씩 소분된 구성으로 계량의 번거러움도 줄였다.
육수 준비 과정 역시 간소화되고 있다. 샘표의 ‘연두링 바지락해물’은 해감이 까다로운 바지락과 모시조개를 코인 형태로 압축해 찌개나 칼국수에 넣기만 하면 깊은 해물 육수를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비법 육수' 대중화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이 한 단계 더 나아가 외식 메뉴 자체를 대체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치킨 3만 원' 시대를 맞아 간편식 치킨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오뚜기의 ‘오즈키친 골든 후라이드치킨’은 물결무늬 튀김옷과 순살 닭다리살을 적용해 바삭한 식감과 육즙을 살렸다.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어 외식 부담을 줄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안주 시장도 변화가 뚜렷하다. 하림의 ‘직화 불맛포차’ 시리즈는 닭목살, 안창살 등 집에서 조리하기 어려운 특수부위를 직화 공법으로 구현했다. 전자레인지 2분 조리만으로 포장마차 특유의 불향을 즐길 수 있어 혼술족과 캠핑족의 수요를 겨냥했다.
프리미엄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풀무원식품은 여수 돌산갓을 활용한 ‘생만두 갓김치’를 출시하며 지역 특산물을 접목한 차별화 전략을 선보였다. ‘순간 스팀 공법’을 적용해 갓 쪄낸 듯한 식감과 풍미를 구현, 냉동 만두의 품질 경쟁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간편식의 ‘외식 대체화’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인 가구 증가와 혼술 문화 확산, 외식 물가 상승 등이 맞물리며 소비자들이 ‘요리를 줄이는 것’을 넘어 ‘외식을 집에서 해결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조리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전문점 수준의 맛과 경험을 얼마나 간편하게 구현하느냐가 경쟁력”이라며 “앞으로는 ‘한 번의 동작’으로 완성되는 초간편 제품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