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형 일반식품’ 제동 건 식약처…정제·캡슐 규제에 업계 반발

  • 등록 2026.03.10 15:23:43
크게보기

과채가공품 정제 전면 금지·식용유지류 캡슐 용도 제한 추진
“소비자 오인 방지” vs “K-푸드 손발 묶는 과잉 규제” 찬반 팽팽
안동 대마특구 등 신산업 직격탄 우려…‘표시 강화’ 절충안 부상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최근 ‘글루타치온’, ‘콘드로이친’, ‘대마종자유’ 등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형태의 일반식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제형 규제 강화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과채가공품의 정제(알약) 형태 제품을 전면 금지하고, 식용유지류 캡슐의 사용 목적을 제한하는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식품업계와 당국 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표시·광고 관리 강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제조 자체 규제로 접근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어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논쟁이 예상된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이하 식약처)가 마련한 ‘일반식품 정제·캡슐 형태 허용요건 개선(안)’에 따르면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큰 제품을 중심으로 제형 규제를 강화하고, 사용 목적과 섭취 방법을 기준으로 허용 범위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규정은 과자, 캔디, 음료, 과채가공품 등 일부 식품 유형에 대해 정제 형태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이 이를 악용해 물과 함께 삼키는 ‘알약’ 형태의 제품을 출시하고 건강기능식품처럼 광고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대표 사례로는 멜라토닌, 글루타치온, 콘드로이친, 대마씨유 등을 표방한 제품들이 정제나 캡슐 형태로 판매되고 있으며, 이러한 제품은 일반식품임에도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외형과 광고로 소비자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제·캡슐 형태로 제조된 일반식품은 5,320개 품목, 475개 업체에 달한다. 또 온라인 부당광고 적발 사례 5,503건 가운데 94.7%가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였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의 조사에서도 소비자의 93%가 일반식품을 건기식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과채가공품 정제형 전면 금지 추진

 

식약처가 제시한 개선안의 핵심은 식품의 사용 목적과 섭취 방식에 따라 정제·캡슐 형태 허용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과채가공품은 정제 형태 제품을 전면 금지하고, ▲당류가공품은 야외활동이나 운동 시 당분 또는 식염 섭취 목적 제품만 허용하며, ▲식용유지류는 조리용 제품에 한해 캡슐 형태를 허용하는 방향이다.

 

또 과자·캔디·초콜릿 등 기호식품은 씹거나 입안에서 녹여 먹는 형태만 허용하고, 음료류 역시 물에 녹여 마시는 발포정 형태 제품만 허용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했다.

 

특히 물과 함께 삼켜 먹는 제품을 캔디류나 음료류로 신고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 섭취 방법 기준을 구체화했다.

 

 

국회 “짝퉁 건기식 방치 안돼”…제도 개선 압박

 

이 같은 규제 강화는 국회 국정감사와 소비자단체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쇠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반식품이 건강기능식품과 동일한 정제·캡슐 형태로 판매되며 소비자를 기만하는 수준”이라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특히 콘드로이친 제품의 경우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이 동일한 제형으로 판매돼 소비자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 대표 사례로 제시됐다.

 

소병훈 의원 역시 “기능성 표방 일반식품에 대한 명확한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식약처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업계 반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나”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이번 개선안이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는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과채가공품의 정제 형태 전면 금지와 식용유지류의 캡슐 용도 제한은 관련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마씨유(헴프씨드오일)의 경우 캡슐 형태가 아니면 섭취가 불편하고, 대체할 수 있는 제형이 없다”며 “정부가 수천억 원을 투자해 안동 대마특구와 새만금 헴프클러스터를 조성하면서 동시에 제형을 제한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모순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제조가 금지될 경우 소비자들이 검증되지 않은 해외 직구 제품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와 국내 산업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업계는 국내 판매가 금지될 경우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해외 수입업체들이 통상 국내 판매 사실을 증명하는 자유판매증명서(CFS) 제출을 요구하는데, 국내 유통이 막히면 해당 증명서 발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형 금지’ 대신 ‘표시 의무화’ 절충안 나오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조 금지 중심의 규제보다는 표시와 광고 관리 강화 중심의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가 제안하는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제품 포장에 “본 제품은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방안이다. 둘째, 제형 자체보다 허위·과대 광고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일부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네거티브 규제(원칙 허용, 예외 금지)’ 기조에 맞춰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식약처는 오는 13일까지 업계와 소비자단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001@foodtoday.or.kr
Copyright @2002 foodtoday Corp. All rights reserved.




(주)뉴온미디어 | 발행인/편집인 : 황리현 | 등록번호 : 서울 아 01076 등록일자 : 2009.12.21 서울본사 :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4가 280-8(선유로 274) 3층 TEL. 02-2671-0203 FAX. 02-2671-0244 충북본부 : 충북본부 : 충북 충주시 신니면 신덕로 437 TEL.070-7728-7008 영남본부 : 김해시 봉황동 26-6번지 2층 TEL. 055-905-7730 FAX. 055-327-0139 ⓒ 2002 Foodtoday.or.kr. All rights reserved. 이 사이트는 개인정보 수집을 하지 않습니다. 푸드투데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