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국제 원두 가격 급등이 국내 커피값 인상의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지만 실제로는 최종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문미란)가 주요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의 재무 분석과 원두 가격 변동 추이를 종합 검토한 결과, 아메리카노 한 잔에서 원두가 차지하는 원가는 5% 수준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등 최소 10곳 이상이 가격을 인상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8월, 그란데와 벤티 사이즈 음료 가격만 올렸다가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올해 1월 24일부터 숏/톨 사이즈 커피 음료 가격을 200원씩 인상하며 현재 톨 사이즈(355ml)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은 4,700원에 이르게 됐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스타벅스와 동일한 수준으로 가격을 조정했다. 2022년 1월 4,500원이었던 레귤러 사이즈(355ml) 아메리카노가 지난 3월부터 200원 오른 4,700원이 됐다.
저가 커피 브랜드도 가격 인상 대열에 올랐다. 메가MGC커피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컴포즈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인상했다. 이외에도 상반기 동안 폴바셋, 더벤티, 빽다방 등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주요 커피 브랜드 최소 10곳 이상이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커피(외식)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6%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7%)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최근 가격을 올린 주요 브랜드들의 재무 실적은 전반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3조 원대의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6.5% 상승했다.
메가MGC커피는 2020년부터 4년간 매해 평균 72.6%의 매출성장률을 달성했으며, 2023년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4.1%나 상승했고 2024년에도 전년 대비 55.1% 상승해 매우 높은 영업이익성장률을 보였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가 인수한 투썸플레이스도 2023년에 매출액 12.1% 증가, 영업이익 19.3%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2%까지 늘었다.
컴포즈커피 또한 2023년부터 전자정보공시시스템에 재무 정보를 공개해야 할 만큼 규모가 커졌으며, 최근 3년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분석 결과 코로나19 시기인 2022년을 제외하면 주요 커피 브랜드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원두 가격 비중은 ‘5% 안팎’…커피값 인상 논리 흔들려
최근 커피 브랜드 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 사유로 가장 많이 내세우는 것은 원두 가격 상승이다. 실제 국제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2025년 기준 4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협의회 분석에 따르면 에스프레소 1샷(약 10g)의 원가는 111원 수준. 스타벅스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2샷, 4,700원) 기준 원두 가격은 222원으로, 전체 가격의 4.7%에 불과했다. 저가 브랜드 아메리카노(1,700~1,800원)의 경우에도 원두 비중은 12~13% 수준이었다.
즉, 커피값을 좌우하는 것은 원두가 아니라 임대료, 인건비, 부자재(컵·빨대 등), 판관비라는 분석이다. 협의회는 “원두 가격 급등을 근거로 한 가격 인상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프랜차이즈 커피업계가 원두값을 핑계 삼아 가격 인상을 정당화하는 것은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가격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에 대해 “가맹사업의 공정거래 준수, 원부자재 공동구매·물류 효율화, 과도한 비용 전가 방지 등 대책을 통해 커피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