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금교영기자] 국내 농축산업계가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10년 전 격렬했던 한.미FTA 타결 반대 시위의 악몽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07년 한.미FTA 타결로 인해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제조업은 특혜를 얻었지만 농축산업은 큰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며 농축산업계가 한미FTA 폐기 운동을 예고하는 등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 농축산업계, 청와대.국회 앞서 '한미FTA 폐기' 촉구
"농축산물 무역수지 점차 약화...농축산업 볼모로 삼아"
한국농축산연합회(상임대표 이홍기)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문정진)가 1일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과 국회 앞에서 두차례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한미 FTA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쇠고기 세이프가드 발동의 현실화 위한 기준 대폭 감축, 관세 철폐기간 철회 ▲농축산업 유지 발전 위한 실질적 혜택 있는 무역이익공유제 시행 및 추가 지원 체계 구축 ▲낙농품 TRQ 제도 관련 3% 복리증량 및 무관세 적용 철회, 배정방식 관련 국내산 구매조건 명시 ▲농축산물 세이프가드에 낙농품 포함▲ 국민안전을 위해 BSE 발생시 수입 즉각 중단토록 수입위생조건 개정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외 무역으로 국가 성장을 주도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한미 FTA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나 농축산업의 일방적인 피해로 관련 종사자는 사지로 내 몰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한미 FTA 이후 미국과의 총 교역량은 증가하고 있으나 농축산물은 무역수지가 점차 약화되고 있어 결국 한미 FTA가 농축산업을 볼모로 한 것임이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미FTA가 발효된 지난 2012년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는 151억8000만 달러에서 지난해는 232억4000만 달러로 흑자폭이 증가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농림축산물의 무역수지는 60억6000만 달러에서 61억3000만 달러 오히려 적자폭이 늘어났다.
특히 축산물은 같은 기간 수출액은 14백만불 증가했으나 수입은 985백만줄이 늘면서 피해가 집중됐다. 한미 FTA 여파로 관세가 낮아지면서 미국산 농축산물의 수입량이 가파르게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 쇠고기 자급율은 36%아래로 떨어졌고 한우 농가는 반토막돼 현재 8만여 농가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낙농산업의 경우 한미 FTA 발표 이후 수입량이 분유 1874%, 치즈 324%가 증가하면서 국산우유 자급률이 2010년 65.4%에서 지난해 52.9%로 급감, 낙농산업 기반 붕괴가 현실화 됐다.
국내 농축산업계는 이번 개정 협상이 농업.농촌의 일방적 희생을 또 다시 강요하고 TPP 협상 당시 일본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양보했던 것 보다 훨씬 심각한 사대매국·불평등 협정으로 귀결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은 "이번 개정 협상이 자칫 국내 제조업 및 서비스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농업.농촌의 일방적 희생을 또 다시 강요하는 최악의 협상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희생은 한번으로 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재협상을 통해 지난 2008년 농축산업을 철저히 희생시킨 과오를 바로 잡아 농축산물 자급률을 한미 FTA 협상 이전으로 유지하고 국민 대표 먹거리인 한우·낙농 등 농축산업이 농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회 농해수위 소속 홍문표·이완영·김명연 국회의원이 현장을 찾아 농축산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