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의 설계도가 건물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재와 규격을 꼼꼼하게 계획하여 전체 모습을 그려내고 있듯이 국가 경영의 비전도 설계도적인 요소와 함께 최소한의 윤곽만은 그려낸 것이라야 한다. 예를 들어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라는 건 그저 선언적인 의미이거나 소설의 한 대목 묘사로서는 그럴 듯 한지 몰라도 국가의 마스터플랜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건 마치 회사의 경영인이 취임사에서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 이 회사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리도록 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 그건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례적인 인사이지 경영 전략이라고 말할 수 는 없지 않은가. 왜 이런 현상들, 국가의 최고경영자가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하겠다는 선언적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을까? |
그런데 대통령의 지지도는 취임 초기에는 대개 80%~90%까지 높게 나타났다가 임기 말엽에는 예외 없이 형편없는 지지도를 보였다. 군 출신이나 민간인 대통령에게나 공히 그렇다. 결국 국민이 원하는 비전을 설계하고 시공해 내지 못한데 그 실망의 뿌리가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원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아마도 근본적으로 우리의 사회 시스템 자체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개혁을 원하면서도 그것이 잘 안 되는 것은 우리 국민의 개혁성이 모자라서 개혁이 안 되는 게 아니라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는 시스템 자체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단순히 권력 구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대통령제에서 하지 못하는 걸 내각제에서는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21세기에 변화할 우리의 주변 여건을 정확하게 예측하려는 사람이 없는 데 있다. 당장의 성과나 대증 요법만으로 임기를 무난하게 채우고 다음에도 정권을 자기 편에게 물려주려는 데에 최우선을 두고 있는 것이다.
고객 만족, 국민 만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하고 모든 시스템을 그 기준에 맞추어 뜯어고치지 않으면 누가 정권을 잡든 우리 국민은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의 경영인뿐 아니라 국가 지도자를 비롯한 모든 리더들은 가장 먼저 자신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21세기에 우리가 위치할 좌표부터 그려 놓고 그걸 주주 총회든 선거에서든 제안하자. 그리고 몇 날 아니, 몇 달을 두고서라도 모두가 공감할 때까지 전략을 논의하자.
지금 당장 몇 발자국 앞서가는 게 중요하지 않다. 급하다고 해서 지금 당장 한 발자국만 잘못 걸으면 몇 십 년 후에는 다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목표에서 멀어져 버린다는 걸 제발 머리 속에 심어 두길 바라고 또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