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의 통큰 치킨과 이마트의 이마트 피자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중시해야 한다는 '소비자 주권'과 영세 상인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상생의 원칙'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한 마리에 5000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통큰 치킨은 대기업의 횡포라는 비난에 부딪혀 출시 일주일 만에 판매를 접었지만, 치킨 값 거품 공방 등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신간 '월마트 이펙트'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 사례를 통해 대형 할인점이 물가와 지역 경제, 사회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살펴본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찰스 피시먼은 월마트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책 제목인 '월마트 이펙트(효과)'에도 이 두 가지 의미가 모두 담겨 있다.
월마트가 고객들에게 최저가로 상품을 공급하고 업체 간 경쟁을 부추겨 상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긍정적인 측면은 물론 기존 재래 상점의 생존을 위협하고, 최저가 유지를 위해 노동자의 권익이 외면받는 등 월마트가 가져온 부정적인 결과도 이른바 월마트 효과라고 저자는 규정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저자는 월마트에 관한 각종 자료와 수 백 명에 이르는 월마트 관계자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인의 소비 형태와 지역 경제는 물론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바꿔놓은 월마트 효과의 이면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월마트의 최저가 상품은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미국 대부분 도시에서 월마트의 식품 소매시장 점유율은 25-30%에 이른다. 4가구 중 하나, 또는 3가구 중 하나가 월마트에서 식품을 구매한다는 뜻이다.
또 월마트의 저렴한 생필품 공급은 물가를 낮췄다.
하지만 월마트가 '최저가 상품'을 공급하기까지 노동자들의 희생이 따라야했다.
월마트 매장 직원들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복지 혜택을 받으며 단조로운 일만 하면서 미래를 보장받지도 못하고 있다. 제3세계 노동자들 역시 최저가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열악한 근로 조건에서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또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의 유혹 앞에서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사거나 충동구매의 노예가 됐다.
월마트는 이와 함께 슈퍼마켓 업체들의 몰락을 가져왔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월마트는 미국의 식품 소매시장을 장악했고 31개 슈퍼마켓 체인이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월마트와의 경쟁이 파산의 주요 원인이었다. 파산한 슈퍼마켓 체인 가운데 월마트와의 경쟁이 파산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밝힌 업체는 무려 27곳에 달했다.
월마트와의 거래는 기업들에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지만 때로는 독배(毒杯)가 되기도 했다.
1994년 기준으로 월마트와 거래량이 많은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4개 업체가 연이어 파산했다.
월마트와 거래하기 위해 이윤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까닭에 월마트에 제품을 많이 공급하면 할수록 영업이익률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도 월마트 효과의 어두운 측면이다.
월마트에 값싼 연어를 공급하는 칠레의 연안 연어양식장은 연어의 배설물과 항생제 때문에 오염됐다.
이 책을 감수한 현용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 책은 '1센트를 아끼는 것은 2센트를 버는 것과 같다'는 건전한 미국적 가치관과 끝없이 탐욕과 성장의 바벨탑을 쌓으려는 제국적 가치관이 얽혀 있는 거대한 한 기업의 복합적 행태와 불확실한 미래를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상 펴냄 / 찰스 피시먼 지음 / 이미정 옮김 / 332쪽 / 1만5000원.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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