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과 이브가 먹었던 선악과는 사과가 아니라 바나나였다"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라 커다란 풀이다" "우리가 사먹는 바나나는 모두 한 품종이다" "야생 바나나는 한 입만 먹어도 치과로 달려가야 할 정도로 단단하다.."
미국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댄 쾨펠의 저서 '바나나'는 바나나의 기원과 전 세계로 재배가 확산된 과정 등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을 달콤한 바나나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 책은 신화와 역사, 정치와 경제, 과학과 문화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바나나에 얽힌 경이로운 이야기들을 전한다.
바나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이며 전체 작물 중에서도 밀, 쌀, 옥수수에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다.
바나나가 먹여 살리는 전 세계 인구도 수 억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 책은 또한 바나나가 낳은 세계 역사 속 갈등과 착취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미국의 대규모 바나나 회사들의 탐욕은 오늘날과 같은 바나나의 세계화와 규모의 경제학을 실현시켰다.
덕분에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바나나를 즐기게 됐지만 반면에 중남미 국가들의 많은 노동자들은 농장에서 노예와 같이 살아갔다. 불합리한 착취에 저항한 노동자들은 대학살을 당하기도 한다.
저자는 그러나 전 세계에 번지고 있는 바나나 마름병인 파나마병(病) 때문에 불과 몇 십년 뒤에 바나나가 지구 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출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실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도 멸종 위기에 빠진 바나나를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저자는 바나나의 재배 역사 등을 살펴보고 멸종 위기에 처한 바나나를 구할 방법을 모색한다.
에덴동산의 선악과가 사과가 아니라 바나나였다는 주장도 흥미를 자아낸다.
선악과 하면 사과를 떠올리지만 성경 어디에도 선악과가 사과였다는 언급은 없으며 고고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성경에 에덴동산으로 묘사된 지역은 바나나가 자라기에 적합한 중동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1950년대 과테말라의 첫 민주 정부가 바나나에 대한 통제권을 놓고 바나나 회사들과 대립하다 전복되는 등 바나나는 중미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좌우하기도 했다.
누구나 즐겨 먹는 바나나에 이렇게 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니, 놀라움과 재미를 안겨주는 책이다.
이마고 펴냄 / 댄 쾨펠 지음 / 김세진 옮김 / 356쪽 / 1만5000원.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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