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만 보는 한식 세계화

  • 등록 2009.12.28 11: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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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힘은 위대한듯하면서도 대단히 미약하다.

언젠가부터 건강에 관련된 많은 미디어들을 접해보면 이젠 인스턴트식품 NO, 패스트푸드 NO, 거기다 수년전 SARS 열풍을 치른 후 김치의 역량까지 합해져 다양한 SLOW FOOD(발효식품)가 곧 WELL-BEING 장수식품이고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국음식이라는 것은 이젠 누구나가 다 아는 흔한 상식이 되어버렸다.

한류를 일으킨 매스컴의 힘, FTA 등으로 각종 외국의 문화가 막 쏟아져 들어오는 현실에서 우리의 문화도 해외로 내보내야 한다는 압박감, 김치와 같은 우수한 전통식품의 자부심 등에 떠밀려정부에서도 뭔가 나서서 하긴 하는 것 같은데 (요리를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장에서 보면) 아직도 전혀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

통틀어 한마디로 이야기의 시작도 끝도 없는 것같이 어느 누구도 어느 것이 한국음식의 세계화에 바른바탕이 되어야할지 가늠 못하고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삼 년 전인가 당시 농수산부 식품관련 담당자들에게 한국음식의 자리매김의 절실한 이유와 목적을 목이 터져라 얘기할 땐 금시초문 인양 눈만 멀뚱멀뚱 열심히 따라 메모만 하다가 일년 후, 이년 후에 비슷한 내용들이 해당부처의 소신있는 정책으로 한식세계화의 밑그림으로 나올 때만 해도 기대 반 설램 반이었다.

그런 후에도 거기서 누군가의 몇 마디 또 누군가의 생각이 보태어지고 불어나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언론들도 참 많이 앞 다투어 불을 질러 댔다.

그러나 자! 이제 와서 할려고 하니 막막 천지다.

이제는 다 널브러져 한국음식의 세계화에 제일 먼저 우선 되어야 할 것이 무엇이고 또 어떤 것부터 첫걸음이어야 되는지 어렴풋이 알면서도 정부도 학계도 외식업계도 용기 있게 발을 내 딛기가 불안한 지 눈치만 살피고 있다.

왜 일까? 알면서! 실패가, 내 책임이, 원망의 눈초리들이 두려워서 정책을 추진할 사람을 설득하고 도전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의 요점을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식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도 이젠 화가 나고 용납이 안 된다.

정답을 알면서도, 내 임기 중에는 정책의 결과물이 안나오니까. 현 정부의 임기 중 업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우니까. 내가 소신 있게 밀어붙이다 정책이 실패하면 나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하는 관료적인 책임기피 관행 등 등. 한식세계화와 국내 한식의 부흥을 가로막는 적은 도전하기 싫어하고 실제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우리 관료사회 내부에 있다.

그러니 어느 누구도 공론의 장을 만들고 현장의 실제적인 목소리를 듣자고 머리를 맞대어 보자고 초대 받은 적이 없다.

수많은 논의와 힘과 노력의 집중이 필요한 지금, 한국음식 세계화는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준비하며 누구의 힘으로 어떻에 할 것인지? 공유해야 할 청사진도 어디까지 그려진 건지 학계와 현장의 종사자들 조차도 제대로 모른다.

최근에 한류가 시들하듯이 이런 시대적 호기에도 바람이 불 때 돛을 세우지 않아 출발을 놓친 격이 될까 염려스럽다.

우선에 시간과 재정이 들고 사소한 반대 의견들에 부딪혀도 국가적으로 해야 할 일들은 어려움이 많더라도 땜질식이 아닌 반드시 올바른 시작을 해야 한다.

더디더라도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음식의 전도사가 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할 특화된 한국음식교육기관의 설립이 절실한 것이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약간 손질하거나 이용해서 한국음식 세계화를 한다는 것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결단 없는 탁상공론적 발상일 뿐이다.

교육은 미래이고 기둥이고 희망이다. 그 흔히 듣고 보는 이 말이 식품 교육현장에서 직접 가르쳐보니 몽땅 거짓말이 될 판이다. 우리나라에서 영양과 조리를 전공해서 자신의 꿈을 실현 할 수 있도록 비젼을 주기에는 우리의 식문화의 길이 너무 비좁다. 이론적 실제적 인프라가 너무 뒤쳐져 있는 것이다.

이제는 음식의 존귀함을 알고 그 존귀함을 배우는 학생들도, 교육하는 이들도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주먹구구식 사상누각이 된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음식계가 달라지지 않으면 늘 보는 TV의 식품에 관한 시청률이 오르는 것 보다 국민들의 불신감이 더 높지 않을까 한다.
푸드투데이 - 기자 001@foodtoda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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