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의 우리는 원칙보다 정서나 감정이 앞서는 경향이 많다. 원칙에 대한 믿음이 없다 보니 원칙대로 하면 손해 본다는 피해 의식이 강하다. 원칙대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기업은 오히려 세무 조사를 자주 받게 되고, 변칙에 능해서 정경유착하고 은행 돈 마음대로 빼다 쓰는 기업이 잘 된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이런 현상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영에서도 나타난다. 새로운 21세기를 맞으면서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국가의 틀, 즉 제도를 다시 짜는 일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선택의 자유와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선택의 자유이다. 이승만 정권이나 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치명적인 잘못은 바로 국민이 그 정권에 대해 만족하고 있지 않은데도 정권을 연장하려고 한 것이었다. |
주주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는 경영인은 물러나게 하고 유능한 경영인을 선택 할 수 있어야 되듯이 국민이 세금을 내고 만족한 정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의 보장이야말로 국가 기틀의 근본이 된다.
만족하지 않으면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마케팅의 기본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주의 수익을 제대로 올려주지도 못하면서 겨우 2%의 주식을 보유한 재벌이 다만 최대 주주라는 명분으로 계속 경영인의 자리에 눌러 앉아있으면서 절대로 교체되지 않는 것이 우리 재벌 문제의 핵심이듯이, 국가 경영을 잘못한 정권에 대해 국민이 언제든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경영과 행정의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또는 주주가 대통령이나 경영인이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진실이 조작되고 왜곡된 정보만 제공된다면 국민이나 주주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하나 더하여 짚어야 할 문제는 리더들의 자질이다. 새로운 시대의 경영인이나 지도자는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은 우리 사회에 원칙에 대한 믿음을 복원시켜야 한다. 그것은 능력 있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같다.
의사는 찢어진 상처를 아물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찢어진 상처를 꿰매어 놓으면 상처가 아문다는 원칙과 원리를 믿고 그 원칙대로 실행해서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의사가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원칙을 믿지 못해서 상처를 꿰매지 않고 그냥 덮어 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경영도, 정치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정말 누군가가 나서서 사람들에게 원칙대로 해도 되더라는 신뢰를 갖게 해 줘야 한다.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정치를 하면 국민의 지지도 얻고 집권도 할 수 있다는 원칙, 이런 원칙에 대한 믿음이 먼저 복원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도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