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있는데 장바구니 물가는 치솟고 있어 걱정스럽다. 올해 들어 우유, 닭고기 등 식료품 가격은 외환위기 때만큼 경이적인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8월 식료품 가격의 평균 상승률은 9.5%로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서민물가 안정이 뒷받침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도 친서민 정책을 내세우며 생활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별 효과는 없는 듯하다. 좀더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때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3.0%로 작년 동기의 4.7%보다 낮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적인 통계와 달리 서민의 체감 물가는 심각하다.
20∼30%대의 급등세를 기록한 품목들이 수두룩해 서민들이 소득감소와 함께 이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우유 가격 상승률은 31.7%로 종전 기록인 2005년의 22.4%를 뛰어 넘었다. 케첩은 1998년 이후 한번도 6%를 넘지 않은 채 대체로 2%에 못미쳤지만 올해는 월평균 24.4%나 증가했다.
닭고기는 28.2%의 상승률로 사상 최고였고 오렌지(39.3%)와 북어채(37.5%), 소시지(20.4%), 어묵(19.5%) 등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생강은 무려 92.6%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도 한국의 식품물가지수가 30개 회원국 가운데 아이슬란드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각종 식료품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은 연초 가뭄으로 농작물 가격이 오른데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입물가가 급등한 원인이 가장 크다. 문제는 앞으로 생활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일단 추석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 식료품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 벌써부터 일부 추석선물 품목들이 줄줄이 올라 추석 물가가 심상치 않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세는 하반기를 지나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 점차 소비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처럼 해외발 요인과 국내 경기개선 요인이 겹쳐 서민들의 체감물가가 더욱 악화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정부는 빠르면 내달부터 생활물가와 직결돼 있는 주요 생필품 가격 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격 공개를 통해 가격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가격 공개만으로 장바구니 물가의 급등세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 낙후된 유통구조를 선진화하고 고질적인 고물가 품목의 공급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
일시적인 상승 요인을 핑계로 식품가격을 변칙 인상하려는 움직임도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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