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힘든 세상

  • 등록 2009.09.08 09: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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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크기로 몇 째가는 큰 회사 사장을 지내는 분이 토크 쇼에 나와서 말한 것을 들은 일이 있다. 그는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그 마을에서 제일 큰 공장이 통조림 회사였다고 한다.

그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 통조림 공장이 제일 좋은 일자리였으므로 누구나 그 공장에 취직하고 싶어 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졸업할 때가 되자 아들에게 말했다.
 
“너도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으니 좋은 직장을 갖는 것이 어떠냐? 마침 우리 공장에 일자리가 하나 났는데 내가 말해 두었다. 너도 일생 동안 걱정없이 살 수 있을 거다. 나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갔고 거기서 대학에 들어간 뒤 회
계학을 공부했다. 4년이 지나 졸업하고 그는 큰 회사의 회계 부서에 들어갔다.

그리고 몇 년 만에 고향을 찾아갔다. 아버지는 객지에 나가 고생하는 아들이 취직을 했다고 하더니 월급은 얼마나 받는 건지 궁금하였다.
 
몇 년 고생하며 공부했는데 통조림 공장에 들어갔더라고 그 만큼 일했으면 제법 받을 텐데 쓸데 없이 고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을 것이다.
 
아들이 아버지를 바라보며 지금 받고 있는 봉급을 얘기해 드렸다. 아버지는 깜짝 놀라며 “세상에 그렇게 봉급을 많이 주는 회사도 있단 말이냐!”했다.

아버지가 일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봉급 수준의 서너 배를 대학 졸업하고 몇 년 되지 않는 아들이 받는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지금 그때 받던 봉급에서 또 다시 수십 배를 받으면서 아버지의 말을 따르지 않았기에 오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PGA 챔피언쉽 골프에서 황제 타이거 우즈를 잡은 호랑이 포수 같은 골퍼 양용은 프로도 비슷한 얘기를 하였다.
 
제주도에서 어렵게 살던 양프로가 골프에 빠져있자 그 아버지는 “골프는 부자들이나 하는 운동이니 그만두고 나랑 농사나 짓자”라고 했다고 한다.

그 아버지가 이번 우승으로 받게 되는 돈을 아들에게 듣는 순간 무어라고 말했을까. 아마 비슷한 말을 했을 것이다. “아니 세상에, 그렇게 돈을 많이 주는 운동 경기가 있단 말이냐!”
 
옛날에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농사를 짓는 것만 해도 그렇다.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밭을 갈고 언제 추수를 하여야 할지 어른들은 잘 알았다.

언제 비가 많이 오는지, 또 가물 때는 어떻게 물을 대야 할지, 비료나 해충 구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들이나 손자에게 가르쳐 줄 수 있었다. 따라서 아버지나 할아버지께 여쭤 보고 그분들의 말을 따르는 것이 실수나 손해를 적게 만드는 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식의 역전이 일어나게 되었다. 나이든 사람의 지식보다 젊은이들의 지식이 훨씬 넓어지게 되어서 나이가 내려갈수록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덕분이다.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며 수많은 정보를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고 제한된 정보 소스 밖에 없는 아버지의 지식으로는 게임이 안되는 것이다. 오히려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무엇을 물을 것인가를 생각할 때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기대하는 질문과는 아예 거리가 멀다. 아들은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를 찍으면 좋은지, 학교 졸업 후에 진로 결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묻지 않는다.

또는 여유 돈을 어떻게 투자해야 좋은지, 이번 휴가나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은지 물어보지 않는다. 이미 그들은 부모가 알고 있는 지식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물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점점 진지한 대화가 없어지게 된다.
 
아버지는 지나간 경험을 얘기하려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생 직장의 개념 안에서 산 아버지와 아무런 보장이 없는 무한 경쟁 속에 사는 아들은 다른 체질을 갖고 있다.
 
늦게 배운 컴퓨터나 핸드폰이 고장 났을 때마다 아들을 불러 해결해야 하는 아버지가 오히려 아들에게 묻는 쪽이다. 아버지들이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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