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는 버찌라고 하는 예쁜 우리말이 있고, ‘여인의 붉은 입술’에 비유되는 앵두는 중국이 원산지인 동양판 체리이다.
체리와 버찌, 앵두는 재배되는 지역이나 생산시기 뿐만 아니라 맛과 색깔, 크기가 모두 다르다.
체리는 버찌의 4배, 앵두의 2배 이상의 크기로 알이 굵고 당도가 높아 상품성이 뛰어나다.
인류가 길러온 가장 오래된 과일 중 하나로 꼽히는 체리는 신석기 시대부터 소아시아에서 재배하기 시작해 선사시대 유럽으로 전파돼 로마시대에는 약으로 쓰였다는 기록도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생긴 도시 중 하나로 흑해 남쪽 연안에 케라소스(현재 터키)라는 마을이 있었다. 이곳은 곧 폰토스(pontos)왕국의 지배를 받는데, 기원전 74년 로마군이 폰토스를 침공했다.
케라소스 마을 근처에 주둔한 로마군은 이 지방의 특산물인 작고 빨간 나무 열매에 매료됐는데, 이것이 바로 체리다.
병사들은 이 열매를 케라시아(cerasia : 케라소스의 열매)라고 불렀다.
원래 마을 이름이 먼저였는지, 아니면 이 열매 때문에 마을 이름을 그렇게 불렀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열매를 다 먹어버린 병사들은 씨앗뿐 아니라 나무까지 몇 그루 본국으로 가지고 돌아왔다. 가지고 온 나무는 뿌리를 내려 로마 제국이 번성하면서 유럽에 널리 전파됐다.
노르만족도 이 열매를 좋아했는데, 케라시아는 셰리즈(cherise)로, 영국으로 건너가서는 셰리(chery)가 되어 오늘날의 체리(cherry)가 되었다.
가장 피크 시즌인 7~8월에는 미국 북서부 지역 외곽 과수원에서는 현장실습이나 주말농장의 개념으로 ‘체리 픽킹(cherry picking)을 연다. 이 행사는 가격별로 가방을 구입해 마음껏 담아오는 행사로 마켓에 비해 가격도 싸고 신선한 체리를 직접 딸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체리는 그 종류만 해도 100여종이 넘는데, 가장 유명하고 널리 보급되고 있는 것은 과실이 크고 단단하며 과즙이 풍부하고 익을 때 적갈색을 띠는 빙(bing)이란 종류다.
그 다음으로 잘 알려진 품종을 레이니어(rainier)라는 개량종 체리인데 당도가 높으며 향이 좀 더 강하고, 빛깔은 황금색이다.요즘은 해외여행, 유학 등으로 수입과일에 대한 지식이 높아졌는데 이 레이니어 체리 역시 그로 인해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최근 강력한 항산화 식품으로 각광받는 체리는 노화를 막고,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미국인은 스테이크를 먹을 때 체리를 흔히 곁들이는데, 이것은 고기를 구울때 탄 부위에 생기는 발암성 물질(HAA, PAH)의 생성을 줄여준다는 이유에서이다.
체리에는 붉은빛이 도는 식재에 들어있는 물질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 풍부하고 하루에 체리를 10개만 먹어도 안토시아닌의 하루 권장량인 12㎎을 섭취할 수 있다.
이 성분은 혈중의 중성지방을 낮추고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높여 대사증후군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리는 췌장에서 인슐린의 분비를 약 1.5배 정도증가시키고 장에서 당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해서 혈액으로 포도당의 흡수를 억제해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안토시아닌은 염증을 줄여준다는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의 결과가 있었다. 이 연구팀은 이 성분은 아스피린보다 10배 높은 소염효과를 나타내며, 관절염환자가 체리주스를 즐기면 염증과 통증이 완화된다고 밝혔다.
체리에 든 성분(안토시아닌과 시아니딘)이 혈중 요산의 농도를 낮춰 통풍환자에게 체리를 매일 12개 이상 먹거나 체리주스를 한 숟갈씩 하루 3회 마시거나 체리차를 만들어 먹으라고 권한다.
또한 체리는 더운 여름 열대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고 하는데, 그것은 체리에 들은 멜라토닌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데에는 체내에 멜라토닌이 부족해서인데, 이 때 체리를 섭취해주면 편안한 잠을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체리는 6월 중순부터 약 두어달이 가장 맛있다.
체리의 수확기가 끝나면 이듬해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제철에 구입한 체리를 잘 씻어서 물기를 깨끗이 제거한 뒤 냉동실에 넣어 냉동하면 최대 12개월 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체리는 보존성이 떨어지는 과일 중 하나로 상온에 두면 금세 물러 식감이 떨어진다.
구입 후 지퍼백과 같은 비닐봉지에 밀봉하여 2~4℃의 냉장고에 보관하여준다.
먹기 1~2시간 전에 꺼내 실온에 두었다가 깨끗하게 씻어 먹으면 식감과 단맛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
또한 건조한 체리도 아이들이나 노인들의 간식으로 인기가 좋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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