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정명훈씨가 파리에서 개최되는 ‘OECD 행사에 직접 디자인한 한식 요리로 문화외교를 펼친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국제적으로 알려진 유명 예술계 인사가 한국의 전통음식을 외국인들에게 알림으로써 한식이 보다 격조 높고 품위 있는 음식으로 외국인의 눈에 비쳐 지지 않았을까 하고 다행이라 생각하였다.
6월 25일 있었던 ‘한국의 밤’ 만찬에 OECD 회원국 대사 등 250여명을 초청한 자리에는 ‘가리비구이와 복주머니 잡채’, ‘실파 향의 흰 살 생선구이와 고추장’, ‘생선물만두’, ‘소갈비구이와 찜’, ‘비빔밥과 시금치 된장국’, ‘잣 아라베스크, 복분자 소스’ 등을 정명훈씨가 예사롭지 않는 솜씨로 직접 요리하여 제공하였다니 놀랍기만 하다.
정명훈씨의 경우 유년시절부터 외국에서 교육을 받고 연주활동을 하면서 외국의 식습관을 잘 알고 있으므로 우리 전통음식 중 외국인이 좋아할만한 음식의 메뉴를 골라서 제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전통음식이 비교적 짜고 맵고 신 음식이 많아 외국인들이 선뜻 좋아 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음식을 지나치게 우리 전통음식 중심의 컨셉을 고집하기보다는 외국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메뉴를 선별해서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음식을 담는 그릇이나 음식의 공간적 배치와 색상도 조화롭게 하여 고급스런 이미지를 갖추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우리의 전통음식 중 그 나라의 국민들이 선호하는 성향을 미리 파악해 알고 현지화 해 나가는 것도 성공하기 위한 방편이 될 것이다.
최근에 한류열풍이 불고 있고 한국 음식이 세계화 아이템으로서 좋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한식의 세계화가 금방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한식은 조리과정이 복잡하고 재료나 요리방법에 있어 계량화,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은 취약점과 자극적인 맛과 비위생적이고 낭비적인 요소가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전통음식을 요리하는 전문 인력의 부족 등 많은 어려움이 있어 한식의 세계화는 정부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없으면 성공하기가 힘들다.
일본, 이태리, 태국 등은 자국 음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우리 정부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 일식이 미국에 진출하던 초기에 생선을 날로 먹는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외면을 당했으나 일본정부의 생선회에 대한 특징과 기능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일본의 국력신장으로 말미암아 지금은 일식이 고급 요리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최근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식의 식재료 규격 및 조리법의 표준화와 해외 진출 외식업체에 대한 지원 등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고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정부 차원에서의 홍보와 복잡한 조리법의 표준화와 전문 인력 육성, 세계인의 기호에 맞는 한식의 개발 보급, 우수 향토식품의 발굴 및 외식 산업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 예로 불고기 브라더스의 경우 메인 메뉴인 불고기류는 물론 된장찌개 하나까지 완벽하게 매뉴얼화하여 전문 주방장 없이도 누구나 동일한 맛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기업의 사례도 있다.
이와 같이 한식의 세계화는 단순한 한국의 ‘식당’ 개념이 아닌 음식브랜드와 조리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형태의 해외 진출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 음식문화 축제로서 한식브랜드의 세계화를 위한 ‘서울국제 푸드 앤 테이블 웨어 박람회’가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주최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렸다.
본 박람회는 음식의 다양한 장르별 컨텐츠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푸드 코드네이트들이 펼치는 축제로서 우리나라 음식문화가 세계음식문화로 나아가는 데 있어 식품분야 인재들의 음식 기능경연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우리의 전통음식이 세계화로 나아가는데 큰 밑거름이 되고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한국의 전통식품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향토음식을 발굴하고 표준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각 지방별로 개최되는 축제에서는 그 지방에서만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향토음식을 발굴하여 축제의 방문객들에게 선을 보이고 누구나 즐겨하고 세계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식품은 식품관련 연구기관에 의뢰해 개발할 필요가 있다.
선정된 식품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식품으로 탈바꿈시켜 이를 외식 산업화하고 세계시장에 진출시킨다면 한식의 세계화는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방축제가 단순히 먹고 마시는 지역주민의 동네잔치에서 벗어나 찾아오는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향토식품을 대접하고 좋아하는 식품을 세계화시키는 통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지방축제는 전통식품을 세계화하는 연결 창구로서 생산적인 축제로 변모하게 되고 모든 지역민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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