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득 찬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세상이 올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의 책 '신'에서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요점은 사랑의 대상과 방법이 모두 틀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로 다른 신을 섬기는 사람끼리 사랑하기가 쉽지 않고, 서로 다른 정치인을 사랑하는 사람끼리 사랑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니 이해가 간다. 세상에서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그런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 성인이 아닌 다음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서로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미워하지 않도록 하는 일도 쉽지 않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미워한다. 자신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어도, 심지어는 만난 일 조차 없으면서도 미워한다. 세계 평화를 위한다면서 미워하고, 애국한다면서 미워한다. 환경보호를 위한다면서 미워하고 불법 주차나 끼어들기로 방해를 받았다고 미워한다. 그런 일로 모든 사람들이 100% 서로 미워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런 저런 이유로 다른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미움이 극에 달하면 상대를 죽이고 싶을 것이고 상처를 입히고 싶어진다. 어떤 이들은 미워하면서도 그것이 사적인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 깊은 속에는 사랑이 있을 리가 없다. 아마도 그는 그 자신의 동료와 친지들에게 향한 사랑이야 있다고 우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랑은 “얼음 사랑”이다. 얼음같이 차가운 사랑은 사랑같이 보이지만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뜨겁다. 사랑은 가슴에서 흘러나오며 결코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와 대의 명분이 어떻든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사람에게서 사랑이 있을 수 없다. 그들은 그 살인으로 인해서 지금 당장은 법적이거나 사회적인 형벌을 피해갈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사랑이 없는 자신의 껍데기 영혼이 그를 서서히 파멸 시킨다.
예멘에서 어린 아이를 가르치던 젊은 한국인 여성을 무참히 죽인 사람들이 그들에게는 영웅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머지 않아 멸망하고 영원히 구원받지 못할 불쌍한 사람들로 보인다. 그들이 어떤 명분과 변명을 내세워도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고 있는 필자 자신이 벌써 그들 살인자들을 미워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도 만난 적 없고 그 살해 사건의 진상을 알지도 못하면서 그들이 “영원이 구원받지 못할 자”라고 거의 저주에 가까운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은 미움이 쉽게 생겨 난다는 예가 된다. 이같이 미움은 순식간에 만들어지고 또 증폭된다. 미움은 지적 수준이다. 환경에 관계없이 자생한다.
어느 교육자 한 분이 해주신 말씀이다. 그가 어느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을 때 일이다. 그 학교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시험 감독을 할 뿐 선생님이 감독하지 않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그 전통에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날 그 선생님은 학생을 하나 불러서 물어 보았다.
“만일 네 옆의 반 친구가 컨닝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 학생이 대답했다.
“의자를 들어서 그 친구를 내려치겠어요. 우리 학교의 빛나는 전통을 해치는 그런 놈이라면 맞아도 쌉니다.”
그 교육자는 그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세상에 학교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다면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를 걸상으로 내려쳐서 해치려는 마음을 만들어 나간다면 이것은 잘못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제 삼자가 보기에 학교의 무감독 시험이라는 사소한 명예 때문에 같이 공부하는 친구와 이웃을 해칠 정도의 미움이 생겨나는 것이다. 가끔 해외토픽에서 가문의 명예를 위해 집안의 딸을 죽여버렸다는 기사를 본다. 우리가 보기에는 어이 없는 일임에도 그들은 살해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의 미움을 만들어 내고 이를 증폭 시키는 것이다.
결국 사랑이 가득한 세상은 요원하고 인류가 더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 지금은 우리들 마음에 미움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 용서를 해야 할 때이다. 내가 남을 용서하면 나도 남에게 용서를 구할 자격이 생긴다. 이웃이 하는 일이 못마땅해서 속이 불편하고 얼굴이 찡그려진다면 그 미움이 커지지 않도록 빨리 용서하고 털어버려야 한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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