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페르시아의 어느 왕이 신하들에게 “슬플 때는 기쁘게 해 주고 기쁠 때는 슬프게 해 주는 것”을 가져 오라고 명령하였다. 그 왕의 현명한 신하들은 왕의 어려운 주문을 깊이 의논하고 나서 반지 하나를 만들어 왕에게 가져다 바쳤다. 그 반지에는 이런 말이 새겨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왕은 그 반지를 받고 크게 기뻐하였다고 한다.
살다 보면 기쁜 일도 많고 슬픈 일도 많다. 막상 그런 일이 닥쳤을 때, 기쁜 일은 영원히 계속 될 것 같고 슬픈 일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기쁜 일도 지나가 버리고 슬픈 일도 지나가 버린다.
옛날에 그렇게 기뻤던 일도 지금 생각하면 별 일이 아니거나 오히려 나중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다. 마찬가지로 그렇게 슬펐던 일도 나중에 보면 오히려 기쁜 일로 연결 될 수도 있다. 울며 씨 뿌리던 사람이 곡식 단을 들고 춤추며 돌아 온다고 성경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타계를 맞아 많은 사람이 가슴 아파하고 있다. 그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수많은 고뇌의 밤을 보냈을 것이다.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때의 그 큰 기쁨이 지나가 버렸듯이, 퇴임 후 그가 겪은 슬픔들 또한 그렇듯 지나가 버릴 터인데 그만 중도에 스스로 목숨을 놓아 버린 것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론이 익숙하지 않아서 흔히 토론 주제에 관해 반대하면 그 반대한 개인까지 미워해 버린다. 그래서 주위에 보면 사람들이 토론하면서 열이 올라 얼굴에 화난 표정을 짓는 인이 많이 있다. 선진국의 친구들은 이런 때에 “This is nothing personal(이건 개인적인 게 아니야!)!”라는 말을 해 준다. 어떤 토론 사안에 대하여 정면으로 반대한다고 해서 인간적으로 네가 밉거나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니 개인 감정으로 변질하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얘기이다.
마치 격투기에서 맹렬히 싸우던 두 사람이 끝나고 나서 서로 대화하고 웃으며 격려 해 주는 모습과 같다. 경기는 경기일 뿐 인간 관계와는 별도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잘 못한다.
장사진을 이룬 조문객들 가운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 노선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노 전 대통령과 가치관이 다르다고 해서 그를 무조건 미워하거나, 같다고 해서 무조건 좋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다만 대한민국의 국가 원수로써 우리를 5년간 이끌어 왔던 분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사실이 슬퍼서 많은 사람이 직접 조문을 하러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통계에 의하면 이미 하루 평균 26명씩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이번 일로 행여 자신의 어려움이나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그냥 삶을 놓아 버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일이 없도록 주위 사람들이 각별한 배려를 하여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국민장으로 결정 된 이후로 신문 방송 인터넷을 통하여 예전에 알지 못했던 그 분의 면모를 보여 주는 사진과 일화가 많이 소개 되었다. 그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던 사람들은 그의 정치 노선에 열광해서 개인으로서의 그를 잘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반대하던 사람들은 미움과 증오에 가려 잘 몰랐을 수도 있다. 새로 소개된 그 사진들을 보면서 그의 인간적이고 가치 추구적인 삶이 그의 정치 노선에 가리어 널리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의 국민장을 통하여 많은 국민이 보다 더 그를 알게되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 많은 사람들은 그가 재임 중 하려고 했던 일이 우리나라를 한 걸음 앞으로 나가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한번도 미국을 가본 일이 없다 했는데 그 미국의 고위관리 한 분이 그런 말을 했다 한다.
그의 타계를 특히 슬퍼하는 가족과 지지자들에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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