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는 ‘어두일미’란 말이 생겨나게 한 생선이다. ‘어두일미(魚頭一味)’라는 말은 바로 도미의 대가리 부분이 가장 맛있다는 데서 유래된 것인데 도미 눈에는 비타민 B1이 많아 피로회복에 좋고 또한 맛도 일품이라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고 할 만큼 인기가 좋다.
도미에는 참돔을 비롯해 황돔, 혹돔, 자리돔, 먹돔, 붉돔, 감성돔 등 종류가 아주 많은데, 그 중 가장 맛이 뛰어난 것으로 분홍빛이 도는 봄철 참돔을 들 수 있다. 특히 참돔은 균형잡힌 몸매와 화사한 색깔, 고급스러운 맛을 고루 갖추어 우리나라와 일본에선 ‘바닷고기의 여왕’으로 불리며 생선회와 구이, 찜과 탕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홍선표의 ‘조선요리학’에서는 봄철에 먹는 도미가 왜 맛있는지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도미는 원래 사람이 길들이기 쉬운 물고기이며, 유연한 것이면 무엇이든 잘 먹는다. 물이 너무 차면 힘을 못 쓰고 먹는 것도 싫어하고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무엇이든 탐식해 가장 맛있는 시기는 봄부터 알을 낳는 여름철 사이다”고 했다.
예부터 도미는 행운과 복을 불러오는 물고기라 하여 생일이나 회갑 등 잔칫상에는 빠지지 않고 올랐다. 도미는 일본에서 ‘썩어도 도미’라는 말이 생길 만큼 생선 중에서 최고로 치는 식품중 하나다. 일본 아이치현의 토요하마에서는 도미 축제가 열리는데, 청년들이 대나무와 나무로 만든 거대한 도미를 어깨에 메고 마을을 돌다가 마지막엔 바닷속으로 들어가 해상의 안전과 만선을 기원한다. 도미가 바다를 지켜주고 행운을 가져다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데 우리와 달리 서양사람들에겐 천한 생선으로 홀대받는다고 한다. 프랑스인들은 도미를 ‘탐욕스러운 식충어’라 하고 영국인들은 ‘유대인이나 먹는 생선’, 그리고 미국인들은 ‘낚시하는 데나 재미있는 고기’라고 칭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도미의 참맛을 한번이라도 본다면 대번에 달라질 것이다.
도미는 ‘버릴 것 없는 생선’이라 불리는데 살은 물론 내장과 껍질, 머리까지 먹을 수 있는데, 내장은 깨끗이 씻어 도미탕을 끓일 때 같이 넣으면 깊은 맛을 낸다.
특히 간은 날로 먹을 수 있는데, 입 안에서 사르르 녹으며 푸아그라(거위간)와 비슷한 진한 맛이 난다. 도미는 껍질이 맛있기로도 유명한데, 일식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껍질 붙은 도미회, 즉 ‘마쓰가와(소나무껍질)’는 언뜻 어려워 보이지만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도미의 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채 회를 친 뒤 껍질 부분에 면보를 얹고 끓는 물을 살짝 붓는다. 이를 2∼3회 반복하면 껍질 부분만 익어 소나무 껍질처럼 거칠어지고, 껍질 아래의 지방이 활성화되고 껍질의 젤라틴이 부풀어오르면서 씹는 맛을 더욱 좋게 해주며 감칠 맛이 난다.
껍질을 데치는 것은 질긴 맛을 없애기 위해서인데, 이렇게 조리를 하면 껍질과 함께 먹음으로써 껍질에 붙어있는 영양소도 함께 섭취하고 2가지 육질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또한 소나무껍질과 같은 독특한 무늬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도미의 뱃살은 등살과는 반대로 껍질을 모두 제거한다. 도미의 뱃살을 보면 흰색 물결무늬로 지방층이 보인다. 지방이 풍부하므로 더욱 고소하면서 씹히는 맛이 부드럽다.
도미 정식 요리의 하이라이트인 도미회는 ‘생선회의 여왕’이라 불리는 회로 다이어트, 해독, 해열, 내장염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도미회는 살 뿐만 아니라 내장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별난 요리로서 도미회의 깊은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레몬즙 뿌리는 것을 피하는것이 좋다.
도미 머리는 무사 투구처럼 생겼다고 해서 일본인들이 즐겨 먹었으며, 구이나 조림으로 이용된다. 머리가 크고 살이 많으며, 볼이나 아가미 옆부분의 살은 부드러워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석이버섯과 대파, 달걀, 대추 등 갖은 고명을 화려하게 얹어 따끈하게 쪄낸 도미찜은 보기에 좋은 것은 물론이요, 풍성한 맛과 영양까지 더해져 우리의 건강을 북돋워주는 건강요리로 손색이 없다.
도미는 요리할 때 그 특유의 향과 질감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다른 양념이나 향신료는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회를 칠 때도 가능한 한 얇게 저며야 한다. 육질이 단단한 편이어서 두껍게 썰면 씹기 어렵다.
회를 먹을 때 간장을 많이 찍으면 맛과 향을 잘 느낄 수 없으므로 와사비가 간장보다 많다고 느낄 정도로 간장은 조금만 찍어 먹는다.
도미는 맛뿐만 아니라 영양가도 만만치 않다. 도미는 비타민 A와 비타민 B의 일종인 나이아신이 풍부하며, 무기염류인 칼륨과 칼슘이 많이 들어있다.
도미에 비교적 많이 함유돼 있는 칼슘의 주요 생리 기능은 고혈압에 효과가 있다. 깊은 물속에서 사는 생선이라 강한 수압을 견뎌내느라 육질이 단단하고 수분이 적어 세균이 붙어도 잘 썩지 않는다.
그만큼 고단백 저지방이라 비만과 성인병에 노출되기 쉬운 사람들에겐 아주 좋으며, 소화흡수가 잘돼 병후 회복식으로도 좋다.
젖이 잘 나지 않는 산모들은 도미로 맑은 국물을 내 수시로 마시면 효과가 있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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