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 트레킹을 다녀왔다. 눈 덮힌 산맥은 언제 보아도 장관이었다. 해발 4000m 가까운 히말라야 산맥 중턱에도 사람이 산다. 트레킹이나 등반객들이 묵어가는 숙소가 있어서 자고 가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팔거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이곳에서 '라나'라는 30대 후반의 원주민을 만났다 .그의 부부는 나지막한 집 안에 부엌을 차려 놓고 손님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판다. 이들에게는 아이들이 셋이나 있다.
'라나'의 큰 아이는 딸이지만 곧 카트만두에 있는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 곳에서 학교를 가려면 가는 데만 며칠 걸어야 할 정도로 높고 깊은 산 중이기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시킬 수가 없다. 카트만두에서도 따로 친척이 없으므로 기숙사에서 지내야 한다. 그 기숙사비가 만만치 않아서 미화로 연 1000달러 정도 든다는데 이 나라에서 연 1000달러라면 거의 초등학교 선생님 봉급 수준이 된다. '라나'에게는 무리가 되는 돈이다.
하지만 '라나'는 운이 좋았다. 작년에 프랑스인 엔지니어가 혼자서 트레킹을 왔었을 때, 그의 집을 보고 지붕이랑 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겠다는 제안을 하였다. 그가 보기에 “라나”의 집은 당장 수리해야 할 집으로 보였지만 '라나'로서는 지낼 만 한 집이다.
그래서 그는 우선 필요한 것이 적령기 딸아이의 교육문제라고 말했다. 이야기 끝에 결국 큰 아이의 학교 기숙사비를 대 주기로 했다. 초등학교 다닐 동안 후원해 주고 그 아이가 상급 학교에 진학한다면 그 후 3년간 추가로 후원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6살인 여자아이는 간단한 영어를 할 줄 알았는데 곧 집을 떠나 학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기대하고 있었다. 이 아이에게는 4살과 3살의 남동생들이 있다. 이 정도 높이에서는 산소량이 평지의 60%에 불과하다. 그래서 등반객이 고산병에 걸릴 확률이 40%에서 반 정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공기가 희박한 곳에서 살았기 대문에 피 속에 헤모글로빈이 더 많아서 얼굴이 빨갛게 되고 그래서 더 귀엽다.
'라나'는 다른 아이들도 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했다. 자기는 열심히 일하지만 그저 먹고 살기만 할 수 있기 대문에 또 다른 스폰서가 나타나 주길 기다린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동화 속 '키다리 아저씨'같은 독지가들이 선진국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것 같다. 그 프랑스인 정도의 수입을 올리는 엔지니어는 선진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도 많이 있을 텐데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서는 이 같은 숨은 선행의 예를 많이 찾아 볼 수가 없다.
자기의 이름을 빛내기 위해 자선금을 내거나 자신들의 복을 빌기 위해 종교 단체에는 돈을 많이 내면서도 이렇게 남 모르게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이들은 드문 것이다. 그 프랑스인의 얘기도 이 쪽에서 먼저 자녀들의 교육 문제를 물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이다. 눈이 커다랗고 얼굴이 빨개서 더 귀여운 그의 3살짜리 막내 아들에게도 좋은 스폰서가 나서도록 찾아보겠다고 말해 주었더니 그는 아주 좋아하였다.
우리는 지난 40년 바닥에서 시작해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일궈 놓았다. 우리의 잠재력과 능력으로 보아서 앞으로도 이 순위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요는 세계 10위권의 국가라면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볼 때 아주 잘 사는 나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들 자신은 아직도 우리가 가난하던 시절을 잊지 못하고 아직도 남을 도와주기보다는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답답하다. 우리가 어렸을 때, 가난하던 그 시절 받아 먹었던 탈지 분유나 버터 그리고 구제품 의류 등이 생각난다.
이제 우리도 다른 나라를 도와 줄 때이다. 세계 경제가 어려울수록 효과는 더 클 것이다. 우리 주위에 쓰이지 않는 물품들을 체계적으로 모아서 필요한 곳에 보내주면 그 쪽 사람들에게 정말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우리가 떠날 때 히말라야 산간의 아이들에게 준다고 볼펜이나 사탕, 초콜릿 같은 것을 준비 하였다. 그들이 이런 것을 받아 먹으며 고마워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어려운 나라의 사람들을 제대로 도우려는 우리의 노력을 차분히 실행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세계 여러 나라에 좋은 친구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의 후손들이 그 보답을 받을 것이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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