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식물인간상태인 환자가 서울에 있는 모 대학병원을 상대로 무의미한 생명연장치료행위를 중단하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존엄사란 소극적으로 생명연장치료행위를 중단하는 방법으로 환자를 자연스럽게 사망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약물주사행위 등을 통한 적극적인 방법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와는 그 개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그간 존엄사 허용여부에 대한 논의가 사회각계각층에서 활발히 이루어져 왔습니다. 존엄사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헌법상 보장되는 자기운명결정권에는 환자가 스스로 편안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당연히 포함되기 때문에 이를 허용해야 입장이었고, 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존엄사를 허용하게 되면 남용이 우려되고 ‘현대판 고려장’이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예외적으로 존엄사가 허용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① 치료가 계속되더라도 회복가능성 없어 치료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고, ② 환자가 사전에 한 의사표시, 성격, 가치관, 종교관, 가족과의 친밀도, 생활태도, 나이, 기대생존기간,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하여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가 추정되는 경우에 병원측에서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의무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담당주치의 및 여러 의사들은 환자가 의식 회복가능성이 전혀 없고, 기대생존기간도 현재로부터 3-4개월 이내로 보이는 등 인공호흡기 부착이 상태의 회복 및 개선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환자는 생존하는 동안 수시로 ‘내가 병원에서 안 좋은 일이 생겨 소생하기 힘들때 호흡기는 끼우지 말라. 기계에 의하여 연명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평소 생명연장치료를 받지 아니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병원 측에 환자의 의사에 따라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한 것입니다.
존엄사가 법으로 허용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이와 같은 판결의 취지를 너무 확대해석하거나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위 판결은 환자가 뇌사에 가까운 식물인간상태에서 의학적으로 전혀 회복가능성이 없고, 환자의 생명연장치료 거부의사가 아주 강하게 추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매우 제한적으로 존엄사를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에 불과하고, 단지 1심 판결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과대평가하여 존엄사가 언제든 허용된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이번 판결로 인하여 다시 존엄사 허용여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궁극적으로는 이에 대한 구체적 입법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봅니다.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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