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이 부활하고 있다.
IMF 이후 대형 할인마트에 밀려 몰락했던 대형 슈퍼마켓이 장기 불황 속에 주부들의 알뜰 소비패턴에 맞춰 세를 확장해가고 있다.
과거 주로 아파트 지하상가에 있었던 소규모 슈퍼마켓은 상당수 퇴출됐지만,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형 슈퍼마켓(SSM: Super Supermarket)들이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것.
SSM은 통상 500~800여평 규모의 매장에 자동차 5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 하루 평균 고객수는 1300~1800여명, 1㎞이내 1만~1만2000 가구를 상권으로 하고 있다.
현재 SSM 시장은 롯데그룹의 롯데슈퍼와 GS리테일의 GS슈퍼마켓, 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 3강 체제다.
◇대형 슈퍼마켓, 전국에 300개 육박 = 대형 슈퍼마켓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S슈퍼마켓은 현재 97개인 점포를 연내에 104개로 늘릴 계획이고, 롯데슈퍼도 최근 지방 슈퍼마켓을 인수합병(M&A)해 100호점을 돌파했다.
GS슈퍼마켓과 롯데슈퍼보다 다소 규모가 작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점포수가 벌써 98개에 이르고 있다.
3사의 슈퍼마켓 수는 295개로 올해 안에 3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매출도 가파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GS슈퍼마켓은 지난해 출점수가 적어 매출이 2.6% 증가한 데 그쳤지만 올해에는 11.5%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지방 슈퍼마켓 M&A를 통한 매장수 확대로 지난해 매출이 33.3% 증가한 데 이어, 올해에는 무려 40% 이상의 매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슈퍼마켓 찾는 알뜰 소비패턴이 '효자' = 1990년대 중반에 유행했던 구시대 업태로 여겨지던 슈퍼마켓이 부활한 데는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주부들의 알뜰 소비패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하기 보다는 소량으로 구매하는 알뜰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IMF 당시 저렴한 가격 때문에 대형 할인마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주부들은 소량구매를 할 수 있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슈퍼마켓을 찾는 경우가 늘었다는 게 슈퍼마켓 업체들의 설명이다.
슈퍼마켓은 무, 양배추, 배추, 파 등을 1통이 아닌 절반 크기나 4분의 1단 등 소량만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주부들이 걸어서 장을 볼 수 있고, 장보기에 편리한 상품만 바로 구매할 수 있어 충동구매를 줄일 수 있는 데다 구매한 상품을 무료로 배송까지 해주고 있는 점도 슈퍼마켓이 주부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요인이다.
GS리테일이 자사의 GS마트와 GS수퍼마켓 고객의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주부들은 대형마트를 14일에 1번꼴로 방문하는 반면 슈퍼마켓은 3.5일에 1번씩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마켓의 변신 =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동네에는 지하에 있는 소형 슈퍼마켓들이 많았다. 하지만 1997년 12월 IMF가 터지며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한 대형마트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지하에 있고 상품 수도 적은 슈퍼마켓들이 대거 퇴출됐다.
당시 슈퍼마켓 업계 1위였던 해태슈퍼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하 슈퍼들이 상당수 폐점하는 상황을 맞았다.
IMF 이후 10년 동안 대형 슈퍼업체들은 대형마트에 대응하며 다양한 시도를 거쳐 경쟁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GS슈퍼마켓은 대형 할인점에 대응해 1990년대 후반부터 매장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리고, 매장의 규모도 대형 마트의 식품관 수준인 1000~1500㎡(300~500평)로 넓히고, 주차장 시설을 갖추고, 신선식품도 강화했다.
GS슈퍼마켓은 새로운 개념의 '신선식품 전문 슈퍼'를 선보이는 한편 일반 도심에 진출하기 위해 매장의 규모를 500~660㎡(150~200평)로 줄이고, 주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신선식품의 비중을 전체 상품의 60% 이상으로 강화했다.
또 와인코너, 수입소스코너, 수입치즈코너, 유기농 웰빙상품 등 수입매장과 친환경코너를 일반 슈퍼보다 30% 이상 넓혔다.
롯데슈퍼는 주상 복합 및 도심에 적합한 '마이슈퍼'를 늘리고 있다.
마이슈퍼는 매장 크기가 495~660㎡ 정도로 기존 대형 슈퍼마켓보다는 작고, 편의점보다는 큰 형태다.
홈플러스가 운영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GS나 롯데보다 작은 300㎡(100평) 내외의 소형 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개인 슈퍼들도 기업형 슈퍼에 대응해 규모를 확대하고 시설과 상품 품질을 대폭 개선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푸드투데이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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