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수입돼 가공식품에 사용된다면 소비자는 이 가공식품에 들어간 쇠고기의 원산지를 알 수 있을까? 현행 국내 원산지 표시기준대로라면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알 수 없다'가 맞다.
19일 농림수산식품부와 급식 식자재 납품업계에 따르면 현행 원산지 표시기준에는 가공식품에 사용된 고기의 원산지가 자주 바뀌는 경우 원산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수입산'으로만 표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산지가 3개국 이상일 때에는 2개국까지만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 '농산물 원산지 표시 요령' 4조를 보면 최근 1-3년간 연평균 3개국 이상 원산지가 변경된 경우나 최초 생산일로부터 1년 이내에 3개국이상 원산지 변경이 예상되는 신제품이라면 국가를 기재하지 않고 '수입산'으로만 표시할 수 있다. 원산지가 자주 바뀐다거나 배합비율이 크게 변해서 포장을 자주 바꾸면 업계 부담이 커지므로 아예 '수입산'으로만 표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호주산, 미국산의 배율이 크게 변경될 수 있는 가공식품이라면 '수입산'만 써도 된다는 뜻이다.
또 원료의 원산지 국가별 혼합비율이 '최근 1-3년간 연평균 3회이상 변경된 경우 또는 혼합비율을 표시할 경우 연 3회이상 포장재교체가 예상되는 경우' 원산지 국가별 혼합비율의 표시를 생략하고 혼합비율이 높은 2개국만 표시할 수 있다.
특히 국산이 일부라도 사용됐다면 국산과 가장 많이 사용된 원산지만 쓰면 된다.
예를 들어 쇠고기 함량이 국산 5%와 호주산 50%, 미국산 45%가 사용된 쇠고기 가공식품의 경우 '국산 5%, 호주산 등 75%'로 표시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 가공식품에 미국산 쇠고기가 사용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
실제로 유명 햄 제품의 경우 '국산 60%, 수입산 40%'로만 표시돼 있어 40%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알 수 없다.
아울러 가공식품에는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식자재 업계의 지적도 나온다.
국내 주요 식자재 공급업체 A대표이사는 "월령이 낮은 쇠고기나 닭고기는 육질이 연하기 때문에 갈아서 첨가물을 혼합할 경우 월령이 오래된 소나 닭에 비해 '씹히는 느낌' 등 식감이 떨어진다"며 "가공식품에는 30개월 이상 소 등 그냥 먹기에는 육질이 좋지 않은 고기가 선호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2차 합동 기자회견 당시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도 "30개월 이상 소의 경우 가공식품이나 저개발국 수출품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한 바 있다. 물론 정부는 30개월 이상 소라 하더라도 특정위험부위가 제거된 경우에는 안전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사용된 가공식품을 사먹지 않기를 원하더라도 표시제도의 허점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
학교급식 현장에서 쇠고기는 국산이 쓰이고 있지만 미트볼, 떡갈비, 만두, 햄버그스테이크, 소시지 등 축산물 가공식품은 수입육이 포함돼 있으며 상당수 제품은 '수입산' 또는 '국산 X%, 호주산 등 XX%'로 표기돼 있다.
푸드투데이 이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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