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 2007.09.17 10: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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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사육이 금지될까. 샴페인.스카치.꼬냑.보르도 등의 명칭을 더 이상 못 쓰게 될까.

17일 한.EU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농업 분야에서는 농산물 개방 일정과 더불어 동물복지, 지리적표시제(GI) 관련 협상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두 쟁점에서 EU측의 원칙적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국내 축산업과 식품산업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협상 분위기와 EU의 내부 사정 등으로 미뤄 절충을 통한 원만한 타결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돼지고기와 낙농품, 위스키 등 민감품목의 양허(개방) 방향을 놓고는 관세 철폐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려는 우리측과 줄이려는 EU측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동물복지 교역 아닌 교류 차원 협의

위생.검역(SPS) 분과에서 EU가 거론하고 있는 '동물복지정책'의 핵심 개념은 가축이 불필요한 고통을 겪지 않도록 도축.사육.수송 등의 과정에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U는 실제로 산란계의 경우 오는 2012년까지 모든 '배터리 케이지', 이른바 닭장을 이용한 사육을 금지토록 했고, 산란계 한 마리당 최소 750㎠의 사육면적을 유지토록 했다.

수송 단계에서는 위성추적장치까지 동원해 8시간이상 쉬지 않고 수송이 이뤄지는지 여부까지 감시하고 있으며, 도축 단계에서는 소의 경우 전기 충격으로 기절시키는 방식을 권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많은 농가가 여러 층으로 쌓은 닭장에 닭을 가둬 기르고 있으며 별다른 도축전 절차가 마련돼 있지도 않다.

그러나 EU도 아직까지 이같은 개념이 세계적으로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 실질적 교역 조건으로까지는 연결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지난 1~2차 협상에 참가한 관계자는 "EU의 동물복지 정책을 그대로 따르자면 국내 사육방식 등이 완전히 바뀌어야 하고 그 비용도 막대할 것"이라며 "그러나 EU측도 이 문제를 교역 차원에서가 아니라 정기적 협의나 전문가 교환 등 교류 차원에서 거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EU 지리적 표시제 내부 조율 난항

원산지 분야에서는 '지리적 표시제(GI)'가 최대 관심사이지만, 이 또한 아직 EU측이 구체적 협정안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27개 회원국들간의 이해 관계가 얽혀 내부 입장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 표시제란 농.특산물이 특정지역의 기후와 풍토 등 지리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경우 지명과 상품을 연계시켜 등록한 뒤 이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일반명사처럼 통용돼온 샴페인, 꼬냑, 스카치(위스키), 보르도(와인), 파마산(치즈) 등의 명칭을 더 이상 우리나라 제품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관련 협상 참가자는 "최근 확인한 바에 따르면 EU가 아직 이에 대한 협정문조차 만들지 못했다"며 "3차 협상은 양측이 서로 상대방의 지리적표시제에 대해 질의하고 설명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EU가 내부 합의를 이뤄 원칙적인 협정문을 제시한다해도, 이미 우리나라는 주세법 등을 통해 샴페인이나 꼬냑 등의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우려만큼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돼지고기 등 민감품목 '장기 관세철폐' 주력

반면 상품 관세 협상장에서는 돼지고기와 낙농품, 위스키.와인, 고추.마늘 등 이른바 '민감품목'을 중심으로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우리측은 지난 2차 협상에서 이들 민감품목을 포함한 200여개 품목의 '양허(개방) 방안 미정(undefined)'으로 두거나 장기 관세 철폐 품목으로 분류한 양허안을 제출했으나, EU측은 이에 대해 "미국과 맺은 양허안 등과 비교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 앞서 모든 품목의 양허 방향을 명확히 밝힌 수정 양허안을 마련했고, 여기서 돼지고기 등 민감품목의 경우 대부분 5년 이상의 장기관세 철폐와 수입쿼터(TRQ) 할당, 계절관세 등을 섞은 예외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미국과의 FTA에서 쇠고기와 돼지고기(냉장)의 관세 철폐 기한을 각각 15년, 10년에 걸쳐 길게 잡거나 분유.감자.콩 등의 경우 현행 관세를 유지하는 대신 TRQ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절충을 시도한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쌀의 경우 현행 관세를 유지, 사실상 양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이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쌀 같은 경우 양허 대상 제외를 주장할 것이나, 돼지고기 등의 민감품목은 EU입장에서 최대 관심품목인데 우리가 현행 관세 유지를 고집한다면 협상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 장기 관세철폐를 관철시키는데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한수 한.EU FTA 수석대표 역시 그동안 "위스키와 와인은 우리 농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돼지고기와 닭고기도 국내 자급률 등을 고려할 때 한미FTA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힌 만큼 이들 민감품목에 대한 협상이 '양허 대상 제외'라는 원점에서부터 시작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우리측은 미국과의 FTA에서 쇠고기 등 30개 품목에서 인정받은 '농산물 특별세이프가드'의 필요성을 이번 협상에서도 강조할 계획이다. 이는 수입 물량이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푸드투데이 이상택 기자 001@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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