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백두산 회담

  • 등록 2005.07.15 10: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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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백두산 천지 주변의 자연에는 들꽃이 만발할 것이다. 무릎 이상으로 키가 커서 올라오는 나무도 없어 눈에 보이는 온 천지가 야생화만으로 카페트같이 뒤덮힌 모습은 장관 중에 장관이다.
 
  높은 산의 꽃들은 바다와 같은데 (高山花似海)
  꽃에 취한 사람이 돌아갈 줄 모른다 (醉人不思歸)
 
 이 멋있는 싯귀는 백두산 중국 측 입산 관리소에 붙어 있는 현판에서 읽었다.

 기온은 7월에도 서늘하여 햇볕아래 있어도 덥지 않았는데 하늘하늘하게 흔들리는 노랑꽃은 왜 이런 높은 산, 나무도 살지 못하는 곳에서 무리를 이뤄 살고 있는지… 이름이 ‘두견화’라고 하는 이 노랑 꽃들에게는 또 다른 이름인 ‘달개비’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바람이 불어오면 꽃잎 모두가 바람 불어오는 반대 쪽으로 향해서 달달달 떨면서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달개비’가 더 어울릴게다.

 반대로 보라빛으로 단단해 보이는 꽃은 한층 이 높은 산정에 더 어울려 보이는 꽃이다. 이름이 ‘애견화’라고 했지만 누군가 좀더 터프한 이름을 붙여 주었더라면 좋았겠다.
 
 우리는 이 때에 천지를 반쯤 돌아가는 길이었다.
 산길 급경사 위로 보아도 보라색 꽃, 고개숙인 노랑꽃, 종 같은 자주 꽃, 흰 꽃들이 낮은 바위 사이에 끝없이 피어 있었다.

 천지에 야생화는 둘이 아니었다. 천지를 둘러싼 봉우리들은 결국 야생화로 만든 화환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천지를 반바퀴 돌아 오는데는 걷기만 해도 하루 길의 힘든 경험이었지만 다행히 날씨가 계속 좋았다.
 하지만 갑자기 안개가 몰아쳐서 그렇게 빤히 보이던 천지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앞선 사람 마저 보이지 않는 순간이 생기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다섯 번이나 왔어도 맑게 개인 날의 천지를 한 번도 보지 못해 다음과 같은 시를 쓰고 울면서 돌아 갔다고 한다,
 
 “알았다, 알았다, 그것을 알았다.
  난들 네 얼굴 안 보고 가고 싶겠냐마는
  널 보고픈 그리움일랑
  새 소리 속 장백송 가지에 두고 간다.
  다시 너 앞에 선들 네 얼굴 보여 주겠느냐 (중략)
  북경 천진 장춘으로 온 것이
  네 비위에 거슬렸다면
  이 다음에는 개성, 천진, 원산으로 오마…(하략)”
 
 우리도 중국 땅을 거쳐 올라갔었는데 다음에는 개마고원을 거쳐 오자고 다짐했었다.
 
 이 백두산에서 남-북 지도자들이 회담을 한다고 하는데, 야생화 만발한 7월을 택했으면 한다. 저절로 동포애가 우러러 나와 민족의 1,000년 비젼을 위한 합의들이 많이 나올 법 하다.

 백두산과 연계하여 개마고원에 Climate Resort City(기후형 휴양도시)를 개발하면 건강을 지향하는 세계의 관광객들을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푸드투데이 fenews 기자 his0921@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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