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의 계절인 여름이 어느새 성큼 가을로 다가가고 있다. 이번 여름에도 많은 여성들은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뜨거운 계절의 작열하는 태양열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몸매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자신의 몸매에 한숨을 쉰 사람들도 무척 많았을 것이다.
자신의 몸매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노출의 계절을 나름대로 대처해 갈 수 있었겠지만 몸매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여름만큼 괴로운 순간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 살빠지는 약 혹은 다이어트 약제의 유혹을 강하게 느끼는 것은 아마 인지상정이 아닐까 한다.
요즘 신문이나 잡지 등을 도배하고 있는 많은 다이어트약제의 광고들은 이런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과거 우리 선조들이 선호하던 “통통하고 복스러운” 미인상에서 “마르고 날씬한”형으로 미인에 대한 기준이 변모함에 따라 여성들의 “더욱 더 마르고 날씬해지자.”는 사회적인 정신적 질병의 차원으로까지 간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최근에는 이웃 일본에서 다이어트 약을 복용하고 부작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약국에서 다이어트 약을 사서 살을 빼서 날씬해지려다가 급기야는 약의 부작용으로 사망한 한 여대생의 사례를 살펴보고 이러한 약국에서 판매하는 다이어트 약으로 인하여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에 어떻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평소에 자신이 약간 비만이라고 생각하며 고민하던 한 여대생이 길을 지나가다가 어떤 약국에서 "지방제거, 비만치료, 살빠지는 다이어트 특효약, 조제해 드립니다.“라는 광고문안이 적힌 것을 발견하였다. 한참을 망설이던 끝에 그 여대생은 용기를 내고 약국 안으로 들어가서 약사에게 그 다이어트 약제에 대하여 이것저것 문의를 하면서 ”살 빼는 약을 먹어도 몸에 다른 부작용이나 지장은 없느냐?“라는 질문을 하였다.
이에 대해 약사가 ”절대부작용은 없고 한달 분만 꾸준히 복용하면 확실하게 살을 뺄 수 있다.“라는 얘기를 하였다. 여대생은 평소에 다이어트 등 비만치료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였으나 실패를 거듭한 터인지라 약사의 확신에 찬 답변을 듣고는 이번에는 살을 확실히 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약사가 조제한 비만치료제를 복용하기로 하였다.
약사는 여대생에게 비만치료제를 30일분 조제하여 주었는데 약사의 처방지시에 따라 약을 복용한지 3일째 되던 날부터 자주 소변이 마렵고, 식욕이 감퇴하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증세가 나타났다. 그러다가 복용 5일째부터는 변비, 복통, 헛구역질, 가슴의 답답함 등의 증세가 있어 여대생은 다시 약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여대생은 자신에게 나타난 이상한 증상들에 대해 약사에게 자세히 설명을 한 후에 혹시 다이어트 약물의 부작용이 아닌가에 대하여 상담을 하였는데 약사는 이러한 증상들은 살 빼는 약의 부작용이 아니고 체한 경우에 나타나는 증상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체한 증상에 복용하는 약을 이틀 분을 더 조제하여 주었다.
그러나 그 여대생은 계속하여 식욕감퇴로 식사를 거의 못할 지경에 이르렀고 심한 피로감, 복통, 헛구역질, 가슴의 답답함의 증상이 나타나 약의 복용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이어트약 복용을 중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급기야는 얼굴색과 눈의 흰자위가 노란색을 띠는 등 황달기가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그 증상이 더욱더 심해지기 시작하였다. 이후 여대생은 이러한 증상 등으로 인하여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은 결과 급성간염이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입원치료를 받다가 얼마 안있어 간독성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하였다.
여름의 유행병?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요즘 유행하는 가장 큰 병중의 하나가 날씬한 몸매를 위한 다이어트 강박증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몸매강박증은 노출의 계절인 여름에는 더욱더 심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날씬한 몸매를 운동이나 정상적인 생활을 통해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다이어트약품을 통해서 만들려고 하다 보면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살빼는 약을 복용하면 식욕이 감퇴하여 음식물을 아무래도 적게 섭취하게 되는데 이러한 작용으로 인해 서서히 살이 빠지게 된다. 이러한 살빼는 약에는 조제를 할 경우 이뇨제 등도 같이 처방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조제약의 부작용으로 변비, 복통, 헛구역질 등이 야기될 수 있고 심한 경우 간에도 영향을 미쳐 얼굴색과 눈의 흰자위가 노란색을 띄는 황달이 생길 수도 있고 심하면 급성 간염을 유발 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망인의 사인은 일단은 약물 중독성 간염으로 인한 급성 간부전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부검이나 혈액 검사결과 바이러스성 간염임이 판명된다면 이는 조제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한 간염이 아닌 것이므로 약사의 조제약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고가 될 수도 있다.
사례와 같은 경우에 소송으로 들어가 약사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려면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다. 우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급성간염이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환자 자신의 특이 체질에 의한 반응으로 불가항력적인 사고가 아닌지를 검토하여야 한다. 그리고 과연 이러한 사고가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한 것인지를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는 혈액검사나 부검 등을 통해서 할 수 있겠지만 소송에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만약 사람이 사망한 후라면 급성간염이 바이러스성인지 약물의 독성에 의한 것인지는 오직 사망자의 사체부검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감정상 부검을 꺼려하는 경향이라 용이하지는 않다. 부검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약물 복용 후에 나타난 여러 가지 증상과 병원의 진료기록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의하거나 기타 진행경과를 보아 환자의 상황이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한 것인지를 추측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과연 약사가 약품의 조제, 판매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 약사법 제21조 제4항에 의하면 약사가 “전문 의약품”을 조제할 때에는 의사나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즉 약사는 사람의 구조, 기능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으며, 용법 또는 용량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의약품으로서 의약품의 제형과 약리 작용상 장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적응증을 갖는 “전문의약품”을 조제, 판매할 때에는 의사의 처방전에 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환자의 연령, 증상 및 조제약으로 인한 부작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조제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또한 약물 부작용 등을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어 조제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약물중독으로 인한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환자가 투여한 약물의 부작용이나 과민반응을 보일 경우에는 즉시 투약을 중지할 것을 지시하고 경과를 살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주의의무를 약사가 다하지 않은 경우에 있어서는 약사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일단은 사례의 경우에는 약사가 다이어트 약의 부작용 등을 사전에 자세히 설명하여 줄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환자가 계속적으로 부작용을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투약을 중지시키지 않고 복용하게 두었을 경우에는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약사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판례의 경우에도 약국에서 조제, 판매한 약품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에 위에서 말한 요건들이 인정되는 경우에 약사의 책임을 인정한 경우가 다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례와 같은 경우에는 여대생에게 발생한 급성 간염이 바이러스성이나 다른 내재적 원인이 아닌 약물의 독성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온 것이 확인되고 약사가 조제, 판매시에 준수하여야 할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 등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것을 재판에서 입증한 경우에는 약사에게 이러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받을 수가 있다.
푸드투데이 fe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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