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중국 산동성에 있는 비성이라는 도시에 가 보았더니 크기가 2,000만 평이나 되는 북숭아 밭이 있었다.
이곳의 복숭아는 당도가 20% 되는 것도 있고 크기도 한 개가 900그램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의 과장 된 표현에 의하면 잘 익은 복숭아에 빨대를 꽂아 빨아 먹으면 씨와 껍질만 남는다고 했다. 하늘의 천도 복숭아 밭에서 씨가 한 개 떨어져 시작된 복숭아 밭이라며 청나라 때부터 황제에게 바치는 특산물로 쳐줬다는 것이다.
끝없이 펼쳐진 복숭아 밭을 보며 우리나라 복숭아 농가가 걱정스러워 졌다.
한나절 뱃길 넘어 이토록 크고 가격도 몇 분의 일 밖에 하지 않는 복숭아 밭이 있으니 이 분야에서 경쟁이란 정말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더구나 향후 철도가 연결되면 짐을 배에 다시 싣고 내리는 일도 없이 곧장 우리 시장에 올 수 있을 것이니 더욱 그러하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여기서 생산되는 복숭아들이 과일로서는 오래가지 못해서 주로 과즙이나 통조림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중국 복숭아의 이런 약점을 잘 파고 들면 우리 복숭아에게도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귤도 그렇다. 지금 중국 남쪽지방에는 제주도 귤과 같은 종자를 엄청나게 넓은 지역에 심어서 규모의 경제와 저 임금 때문에 가격상으로는 우리가 도저히 경쟁을 할 수 없다고 보여진다. 다만, 한국을 다녀왔던 중국의 관리들이 우리나라의 귤이 중국산보다 훨씬 맛있다라고 하니 이런 미묘한 맛의 우위를 잘 지켜 나가야 생존할 길이 생길 것 같다.
이밖에 대추, 밤, 잣 뿐 아니라 배추, 무우 등 실제로 거의 모든 중국산 과일이나 야채의 가격을 보고 있으면 향후 우리나라의 농업의 장래가 아득하게 느껴진다.
정부에서는 우리 농산물의 가격 유지를 위한 보조금 정책에서 벗어나 품종개량과 마케팅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우선 중국산과 우리 나라 산의 차별화가 가능한 분야를 정확히 짚어서 정리하여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용량, 디자인, 포장의 개발과 광고 선전 및 브랜드화에도 크게 힘을 쏟아야 한다. 이것은 모두 마케팅이 할 일이다.
지금 주부들은 막연히 “중국 것 보다는 한국 것이 낫다”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마케팅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전문적으로 유지하지 않는 한 이런 이미지는 어렵지 않게 바뀔 수도 있다.
우리는 같은 도시 내의 유기농 농장도 방문하러 갔었다. 중국 야채는 농약과 비료를 많이 쳐서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곳의 경작현황을 보면 그런 선입견이 달라진다. 자기들끼리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유기농 인증단체의 인정을 거친 채소들로써 수확 후 가공도 싱가폴 회사가 들어와서 하고 있었다. 보기에도 상품 가치가 있어 보였다.
지금은 일본, 홍콩, 싱가폴로 수출되어 나가고 있지만, 점차 건강에 예민 해져가는 소비자들의 유기농 제품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고 머지않아 우리 나라에도 중국 유기농 제품의 공세는 더욱 힘을 얻어갈 것이다.
품질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자그마한 우리 제품의 우위를 소비자들이 절대적인 선택요소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은 마케팅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우수한 마케팅 전문가들을 농업에 유치할 수 있는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복숭아가 국제 분업에 의해 완전히 사라지게 놓아 둘 수는 없다.
푸드투데이 fenews 기자
001@fenews.co.kr
Copyright @2002 foodtoday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