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어린이 키 성장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구조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10년 넘게 ‘황기추출물 등 복합물(HT042)’이 독점해오던 기능성 원료 시장에 ‘유산균발효굴추출물(FGO)’이 등장하면서 ‘키 성장’ 제품을 둘러싼 업계 경쟁이 빠르게 가열되고 있다. FGO가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자 정관장, 동아제약, 제일헬스사이언스 등이 잇달아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구도에 균열을 내고 있다.
정관장은 최근 자사 어린이 브랜드 ‘아이키커’의 신제품 ‘아이키커 하이’를 출시했다. ‘아이키커 하이’는 통영산 굴을 유산균으로 발효한 기능성 원료 FGO 500mg에 정관장 6년근 홍삼과 비타민·미네랄 등을 배합한 'FGO 키커포뮬러'를 적용했다. 정제당, 착색료, 감미료를 배제한 ‘3무(無) 원칙’도 강조했다.
동아제약 역시 자사 어린이 전문 브랜드 ‘미니막스’를 통해 유산균발효굴추출물 기반의 ‘키성장 솔루션 파우더’를 선보였다. 초코·딸기맛 파우더형 제품으로, 우유와 함께 마시는 방식으로 설계돼 흡수와 맛을 동시에 고려했다. 서울우유와의 협업을 통해 샘플링 이벤트도 전개 중이다.
제일헬스사이언스도 FGO 기반의 청포도맛 젤리스틱 ‘하이크니’를 출시했다. ‘24주 인체적용시험에서 신장 증가 효과’를 입증한 SCI급 연구 성과를 강조했다. 주요 성분으로는 비타민 B1·B6, 나이아신, 아연, 셀렌 등이 포함됐다.

두 원료가 만든 양강 체제…FGO vs HT042
유산균발효굴추출물(FGO)은 국내산 굴(Crassostrea gigas)을 효소로 분해한 뒤 유산균으로 발효해 얻은 원료다. 주성분은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과 타우린으로, 성장 관련 인자인 IGF-1(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의 분비를 촉진해 키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지난해 11월 식약처에서 기능성을 인정받았으며, 일일 섭취량은 500mg이다. 만 6~9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인체적용시험 결과, 신장 성장 속도와 성장호르몬 수치(IGF-1, IGFBP-3)가 대조군 대비 유의하게 증가했다.
반면 황기추출물 등 복합물(HT042)은 2014년 식약처가 처음으로 기능성을 인정한 키 성장 원료다. 황기·가시오가피·멜로우 등 생약 3종의 복합물로 구성돼 있으며, 성장판 자극과 골형성 유전자(BMP) 발현 증가를 유도해 성장 효과를 나타낸다.
대표 제품은 종근당건강의 ‘아이커’, 두드림의 ‘아이클타임’ 등이 있으며, 특히 아이커는 출시 3개월 만에 100억 원 판매를 기록하며 황기 원료 기반 제품의 위상을 굳혔다.
업계는 FGO의 기능성 인정으로 HT042 중심이던 시장 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본다. ‘황기 대 굴’이라는 명확한 원료 차별성은 브랜드 간 마케팅 경쟁을 자극하고 있으며, 제형과 섭취 방식도 파우더, 젤리, 액상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FGO는 동물시험에서도 골 형성 인자(BMP), 성장판 길이, 뼈 강도 등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바 있어 인체적용시험 결과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HT042 기반 제품이 시장을 견고하게 지배해왔지만 FGO가 신규 기능성 원료로 공식 인정받은 이후 브랜드 간 포지셔닝 경쟁과 제품 제형 다변화가 급격히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정관장처럼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한 브랜드가 진입한 점도 시장 판도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시장 확대와 함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FGO, HT042 모두 인체적용시험 결과 6개월 섭취 시 mm 단위의 신장 증가 효과가 입증된 바 있으나, '두 달에 10cm 성장' 등 근거 없는 문구를 내세우는 사례도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이 확보한 ‘2024년 식약처 부당광고 적발 현황’에 따르면, 키 성장 영양제 관련 부당광고 게시물은 259건에 달했다. 이 중 7곳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8곳은 폐업 상태였다.
소비자 주의도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기능성 원료를 섭취하더라도 충분한 영양, 수면, 운동이 병행돼야 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광고보다 과학적 근거와 생활습관 병행 여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