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바이오 기술 혁신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처 간 협업과 규제 혁신을 본격화한다.
국가바이오위원회(위원장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는 20일 서울스퀘어에서 제2차 국가바이오위원회 회의를 열고, 국가 바이오 전략 추진 현황과 향후 R&D 및 규제개혁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바이오 대전환 전략’의 후속 조치 일환으로 열렸다. 회의에는 관계부처 장·차관 등 정부위원 12명과 이상엽 KAIST 부총장 등 민간위원 19명, 바이오산업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가 바이오 기술 혁신을 위한 10대 중점 R&D 분야가 새롭게 제시됐다. 주요 분야로는 ▲AI 신약개발, ▲바이오·헬스 데이터 플랫폼, ▲방사성의약품, ▲첨단뇌과학, ▲첨단의약품·의료기기 제조혁신, ▲그린바이오 소재·부품, ▲합성생물학, ▲미래 식량자원, ▲감염병 치료제, ▲탄소저감형 바이오소재/에너지 등이 포함됐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약 2조 달러 규모였던 시장은 2027년까지 3.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10.5%의 고성장이 기대된다. 바이오 기술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경제·안보를 좌우하는 국가 전략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바이오 경쟁력은 아직 주요국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다. 2022년 국내 바이오 R&D 투자 규모는 11.7조 원 수준으로, 글로벌 제약사 한 곳의 투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민간 투자 역시 제한적인 상황이다. 바이오 클러스터 간 협업 연계 체계는 미흡하고, 규제 개선 속도도 더딘 실정이다.
공급망 측면에서도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원료의약품 및 바이오 원부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될 경우 글로벌 공급망 교란 및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 실제로 2023년 기준 한국의 주요 수입국은 중국(약 7억7000만 달러), 인도, 일본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합성생물학 등 첨단 바이오기술은 선진국 대비 70~80% 수준의 기술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략적 R&D 투자와 범정부 차원의 협업, 규제 혁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주호 위원장은 “바이오 기술은 단순 산업을 넘어 안보와 사회 전반의 핵심 전략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며 “범부처 차원의 통합 R&D 전략과 함께 민간 투자 촉진, 규제혁신을 통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정책 일관성과 지속성, 그리고 산·학·연·병 협력이 바이오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정부와 민간의 긴밀한 연계를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추진 등 글로벌 생명과학 기술 패권 경쟁 동향도 공유됐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대응해 한국도 원부자재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바이오 제조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바이오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규제합리화 및 R&D 연계 구조 정비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현재 3개 분과위원회(바이오과학·의료, 바이오자원·혁신, 바이오제조·전환)를 비롯해 4개 특별위원회, 5개 협의체를 구성해 분야별 정책을 기획하고 있으며, 향후 각 부처와의 협업체계 강화를 통해 2026년 R&D 예산 편성에 반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