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중 칼럼] 대통령의 경제인식

  • 등록 2004.06.15 09: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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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
본지 편집고문/
경원대 겸임교수
한 처녀의 눈물

한 처녀가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울고 있었다. 무슨 탤런트의 연기가 아니었다. 그녀는 비록 세칭 이류대학을 재작년에 졸업했지만 4년평균 학점이 B플러스는 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지난 2년동안에 무려 1백여곳에 입사응시원서를 보내 봤지만 단 한군데에서도 2차시험에 응하라는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부모님께 얼굴을 못 들겠다며 처녀는 할수만 있다면, 이미 정나미가 떨어진 이나라 땅을 떠나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처녀는 부친의 사업마저 실패, 가세가 기울어 어떤 때엔 정말 ‘자살’충동마저 느낀다고 했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의 취업경쟁은 가위 살인적인 듯 보인다.
어느 원로교수의 증언에 따르면, 저렇듯 지독한 취업난은 한국동란 이래 처음 보는 것이란 얘기였다.

IMF환란 때에도 이른바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많았지만 요즘만큼 신입사원을 안 뽑진 않았다. 나는 이러니 저러니해도 일컬어 경제위기의 징후들 가운데 긴 실업자의 대열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왜 이지경에까지 이르렀는가. 수출은 좀 되는 모양이지만 내수(內需)가 깊은 불황의 심연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민간소비는 심각할이만큼 위축되어 있고, 따라서 기업들이 아예 신규투자를 하지 않는다.

정부는 기업들을 불러 모아 놓고 투자 좀 하라고 윽박지르지만, ‘돈’ 안되는 것에 기업들이 왜 끼어든단 말인가. 더 기막힌 건, 재벌개혁을 꼭 성취해 내겠다며 출자총액제한이니 계열 금융사 의결권 축소니 하는 것들을 밀어 부치고 있는 정부측 태도이다. 나는 지금 재벌개혁에 반대해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란 말하자면 고등수학처럼 여러 변수들이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 가야 비로소 전진하는 법이거늘, 무슨 혁명집단의 진군처럼 해선 안될 것임을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뭉뚱그려 말해 ‘일’의 순서와 완급을 세심하게 가려 정책을 펴도 펴 나아가야 할 것이란 이야기이다.

경제위기 논쟁

나는 작금의 국내 경제가 지난 번 외환위기 때 만큼이나 벼랑끝 위기에 몰려 있다곤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바 대로 불황의 골이 너무 깊어 이에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의 대열에 동참해 있음을 밝혀 두고 싶다.

게다가 해외로부터 악재(惡材)의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는 것마저 못 본 듯 딴소리 하는 대통령 발언에 난 좀 놀랐다. 대통령은 또 하필 국회 개원 축사에서 잔뜩 골이 난 사람처럼 해 가지고 경제위기론에 역공(逆攻)을 폈다. 경제는 잘 되고 있고, ‘위기론’은 이를테면 자신의 정권에 흠집을 낼 목표로 짜여진 음모극의 일환인 듯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웃나라 중국 경제의 긴축 움직임과 유가(油價)폭등, 미국 금리의 인상 등이 한국경제에 미칠 폭풍에 관해서도 그 긴 경제 연설의 어느 한 행간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딱한 일이지만, 대통령은 지금 ‘경제’와 관련한 인식에서 큰 착오를 보이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경제를 걱정하는 모든 목소리를 자신의 우군(友軍)이 아닌 ‘적’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대통령에게 또 한번 강조해 두거니와, 지나친 피해의식은 좋지 않다.

아직도 대다수 국민들이 지금의 참여정부가 성공하기를 빌고 있음을 새삼 재인식해 둘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성공이 곧 온 나라의 승리라고 믿는 국민이 그렇지 않은 부류보다 훨씬 더 많음을 인식, 경제도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객관적 안목으로 보고 대처해 나아갈 걸 촉구해 두고 싶다.

지금의 국내 경제가 순항(順航)의 상태는 아닌 것만은 이제라도 마음 속에 새겨 둘 필요가 있다.
푸드투데이 김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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