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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 반발에 동물 진료기록 공개 범위 축소…시행도 1년 뒤

농해수위, 수의사법 수정 가결…‘소송·분쟁조정’ 목적 제한
현장 혼란 고려해 시행시점 공포 후 6개월→1년 연장
수의사회, 의약품 오남용·자가진료 확대 우려 제기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와 국회가 동물의료 정보 공개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수의계의 반발이 국회 심의 과정까지 이어졌다. 대한수의사회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앞두고 동물용의약품 오남용과 자가진료 확대 가능성을 들어 제도 재검토를 요구한 가운데, 국회는 이날 오후 진료기록 공개 목적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시행시점도 늦춘 수의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서삼석)는 2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보호자가 동물의 진료기록을 열람하거나 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을 수정 의결했다.

 

앞서 대한수의사회는 이날 오후 1시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동물의료 말살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을 열고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와 개별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 정책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수의사회는 국민의 알권리와 동물의료 정보 공개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직접 규제 대상인 수의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제도가 추진되고 있다며 반발했다.

 

특히 진료기록이 보호자에게 직접 제공될 경우 진단명과 처방 내역을 토대로 수의사의 진료 없이 동물용의약품을 구입·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이 전체의 일부에 그치는 상황에서 자가진료와 의약품 오남용, 항생제 내성 등의 문제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수의계가 국회 앞에서 집단 반발에 나선 지 약 2시간 만에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동물 소유자가 '분쟁 해결 또는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진료받은 동물의 기록을 열람하거나 사본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해당 문구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소위 의결 이후 수의사 업계에서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며 진료기록이 자유롭게 발급될 경우 동물용의약품 오남용과 동물의료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진료기록을 발급받아 인터넷 등을 통해 자가진단하거나 의약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진료기록 열람·발급의 범위와 절차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수정 의견을 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분쟁 해결 또는 권리구제'라는 표현은 사법적·준사법적·행정적 절차까지 폭넓게 포함할 수 있어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며 공개 목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개 범위를 과도하게 좁힐 경우 반려동물 보호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존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다른 병원에서 추가 진료를 받을 경우에도 진료기록이 필요할 수 있다며 분쟁이나 권리구제 목적에만 기록 공개를 허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문제를 제기했다.

 

주 의원은 "동물들을 제대로 진료받아서 건강하게 만드는 게 주목적이지 수의사의 권익 보호가 주목적은 아니지 않느냐"며 다른 동물병원 진료를 위한 기록 활용이 제한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동물용의약품 오남용 우려를 진료기록 공개 목적을 제한하는 배경으로 설명했다.

 

송 장관은 "약물을 오남용할 여지가 있다, 이 부분 때문에 좀 우려가 있는 듯하다"며 목적을 제한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현재 다른 동물병원에서 추가 진료가 필요한 경우 병원에서 병원으로 진료기록을 전달하는 방식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 의원이 관련 법적 근거를 묻자 "법에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논의 끝에 농해수위는 법안소위를 통과한 문구를 수정했다.

 

당초 '분쟁 해결 또는 권리구제'였던 진료기록 열람·발급 목적을 '분쟁조정 또는 소송의 수행 등 권리구제'로 구체화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열람 요청 등의 방법과 절차에 따르도록 했다.

 

이에 따라 동물 소유자는 분쟁조정이나 소송 수행 등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수의사와 동물병원 개설자 등에 진료받은 동물의 기록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열람이나 사본 발급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추가 기재 또는 수정된 진료기록이 있는 경우 추가·수정된 기록뿐 아니라 수정 전 원본도 확인 대상에 포함된다. 수의사 등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했다.

 

법 시행시점도 당초보다 6개월 늦춰졌다.

 

법안소위가 마련한 대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도록 했지만 이날 전체회의에서 현장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공포 후 1년으로 연장됐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공개 등 수의업계에 여러 규제가 시행되고 있고 현장의 혼란 가능성도 있는 만큼 준비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도 시행일을 1년으로 연장하는 수정안에 동의했다.

 

농해수위는 이 같은 수정 내용을 반영한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 대안을 위원회안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에는 공공동물병원의 설치·지정·운영 근거와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익형 수가제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도 담겼다. 동물병원 시설을 파괴·손상하거나 진료행위를 하는 수의사 또는 동물보건사를 폭행·협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