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간장시장 재편] ① 혼합간장 ‘양조 50%’ 공방…“소비자 알권리” vs “산업 충격”

식약처, 산분해간장 소스류 이관 검토…혼합간장 기준 도마
소비자단체 “발효 정체성·알권리 위해 양조간장 50% 필요”
업계 “수십 년 쓴 간장 명칭 바뀌면 혼란…원가·레시피 부담”
“익숙한 맛·가격 흔들리면 물가 자극”…업소용 시장 우려
제품 구성 따라 장류업계 내부 이해관계도 엇갈려

 

관련기사 - [간장시장 재편] ② 혼합간장 ‘양조 50%’ 현실화되면…샘표·중소업계 영향권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산분해간장을 장류에서 제외해 소스류로 이관하는 방향의 식품공전 개편을 추진하면서 ‘간장의 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산분해간장과 양조간장을 섞은 '혼합간장'을 어디까지 '간장'으로 인정할지를 놓고 소비자단체와 업계가 맞서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도 제품 구성과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행 한식간장·양조간장·산분해간장·효소분해간장·혼합간장 등으로 나뉜 장류 식품유형을 재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검토안은 한식간장과 양조간장, 혼합간장은 장류 유형으로 유지하되 산분해간장을 장류에서 제외하고 조미식품류 소스류의 ‘아미노산액 소스’로 재분류하는 방향이다. 효소분해간장과 기타장류도 현행 장류 유형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담겼다.

 

산분해간장이 장류에서 제외될 경우 이를 다량 사용한 혼합간장에 계속 ‘간장’ 명칭을 허용할 것인지가 새로운 제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혼합간장의 배합·표시기준을 새로 마련하고 양조간장 비율을 최소 50%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시중에서 판매되는 혼합간장 15개 제품의 원재료 배합비를 조사한 결과 산분해간장 함량은 25%에서 최대 93%까지 차이가 났다. 반대로 양조간장 함량은 최소 7%에서 최대 75%로 나타났다.

 

샘표 ‘진간장S’는 양조간장 7%, 산분해간장 93%였고, ‘진간장 금S’는 각각 10%, 90%로 조사됐다. 삼화 ‘맑은국간장’ 역시 양조간장 10%, 산분해간장 90%였다.

 

반면 몽고 ‘송표 간장’은 양조간장 75%, 산분해간장 25%, ‘으뜸진’은 각각 70%, 30%였다. 몽고 ‘1급간장’은 양조간장과 산분해간장을 각각 50%씩 사용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산분해간장을 소스류로 이관한다면 혼합간장 역시 그에 맞는 정의와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며 “혼합간장 명칭을 사용하려면 적어도 양조간장이 절반 이상 포함되어야 소비자 알권리 측면에서도 맞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산분해간장을 기존 간장과 구분해야 한다고 보는 핵심 이유는 제조방식에 있다.

 

한식간장과 양조간장은 메주나 대두 등을 미생물로 발효·숙성해 만드는 반면 산분해간장은 단백질을 함유한 원료를 산으로 가수분해한 뒤 그 여액을 가공한다. 소비자단체는 발효·숙성을 간장의 핵심 특성으로 보고 제조원리가 다른 산분해간장을 같은 간장 범주에서 관리할 경우 소비자가 제품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반면 장류 업계는 배합 비율만으로 간장 명칭을 제한하는 것은 산업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고 맞서고 있다.

 

한 장류업계 관계자는 “산분해간장 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간장이 아니라고 볼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소비자는 배합비보다 익숙한 맛과 가격, 용도 등을 종합해 제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 년 동안 소비자가 진간장으로 알고 사용해 온 제품을 갑자기 다른 식품으로 분류하면 오히려 소비자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식품유형 개편이 외식·가공식품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혼합·산분해간장이 외식업체와 소스·가정간편식(HMR) 등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만큼 양조간장 비율을 높여야 할 경우 원재료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산분해간장은 상대적으로 일정한 감칠맛을 구현하기 쉬워 대량 생산 제품의 맛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데 활용돼 온 만큼 배합기준이 크게 달라질 경우 기존 레시피와 제품 맛을 다시 조정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 현장의 부담도 거론된다. 현재 간장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다른 식품유형으로 변경되면 제조업체는 표시사항과 포장재 등을 정비해야 하고, 유통업체에서도 상품 코드와 매대 분류를 조정해야 할 수 있다.

 

업계는 산분해간장과 혼합간장에 이미 안전기준과 표시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식품유형 자체를 변경하기보다 현행 표시를 보다 명확하게 하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장류업계 내부에서도 입장은 한쪽으로 모이지 않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산분해간장이나 산분해 비율이 높은 혼합간장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업체들은 새로운 배합기준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는 반면 일부 업체에서는 혼합간장에 별도의 배합기준을 마련하는 데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도 “혼합간장 ‘양조간장 50% 기준’을 제안한 이후 여러 기업에서 연락이 왔는데 업체마다 반응이 달랐다”며 “우려를 나타내는 곳이 있는 반면 기준 마련 취지에 공감하는 업체도 있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