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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제분업계 7개사가 6년간 밀가루 가격을 담합하는 동안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포착하지 못한 채 해당 업체들에 수백억원의 지원금과 6000억원이 넘는 정책자금을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밀 가격이 하락한 뒤에도 국내 밀가루와 가공식품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정부의 물가 관리가 사실상 가격 인하 요청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이번 사안을 두고 “뼈아픈 대목”이라며 현행 관리 체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식품업계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 수단과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연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서삼석)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제분업계 밀가루 가격 담합 사건을 거론하며 농식품부의 대응 부실을 집중 질타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제분사 7곳이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간 밀가루 공급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67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관련 관련 매출액은 약 6조원에 달했다. 담합 기간 밀가루 가격은 최대 74%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밀가루 가격 상승이 빵과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 가격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이 의원은 “대부분 국민은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밀 가격이 급등해 국내 가격도 어쩔 수 없이 오른 것으로 생각했지만 공정위 결론은 담합이었다”며 “농식품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픈 대목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송 장관은 “식품업체들을 저희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 책임 측면에서는 아픈 입장이라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특히 국제 밀 가격과 국내 소비자물가 흐름이 엇갈렸던 점을 짚었다.
이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은 2022년 2분기 톤당 334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국내 밀가루와 관련 가공식품 소비자물가는 이후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그는 “국제 밀 가격은 내려가는데 국내 소비자물가는 계속 올라가는 ‘언밸런스’가 발생했다”며 “이런 현상을 누가 보고 있었어야 하느냐. 농식품부가 보고 움직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제분업체 현장을 직접 찾고도 담합 징후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농식품부는 2023년 12월 식품산업정책관이 제분업체 현장을 방문했으며, 송 장관도 2024년 3월 CJ제일제당 등을 찾아 가공식품 물가 동향을 점검하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이 의원은 “장관과 주무부서 담당자까지 현장에 갔는데도 담합을 계속 놓쳤다”며 “가격을 내려 달라고 요청하는 데만 집중했을 뿐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보지 못한 책임이 농식품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담합이 이어지는 동안 제분업체에 정부의 직접 지원금과 정책자금이 공급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밀가루 가격안정 지원사업을 통해 제분업체에 약 471억원을 지원했으며, 별도로 6000억원 이상의 경영안정 정책자금도 공급했다.
그는 “국민은 제분업체 담합으로 소비자물가 상승 피해를 입고 있는데 담합이 가장 적극적으로 이뤄지던 시기에 정부는 해당 업체들에 넉넉한 금융 지원을 하고 있었다”며 “관리 사각지대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졌다.
송 장관은 농식품부가 식품산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가격이나 담합 행위를 직접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송 장관은 “식품업계를 저희가 관리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 이른바 당근과 채찍이 없다”며 “가격이 오르면 가격을 올리지 말아 달라고 협의하는 채널은 있지만 이를 제한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할 수 있는 일은 원재료 가격과 식품회사 가격 간의 연결 관계를 모니터링하면서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수준”이라며 “이번 사안은 말씀하신 대로 뼈아픈 대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관련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사후 제재보다 예방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공정위 조사 착수 이후 제분사들의 밀가루 출고가격은 최대 8.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담합의 피해는 국민 한 명 한 명에게 돌아가지만 공정위 조치는 국민이 이미 피해를 본 뒤 이뤄진다”며 “피해가 발생한 이후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농식품부 내부에 실질적인 ‘채찍’을 갖추는 방안과 공정위와 보다 긴밀하게 연계해 이상 가격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 장관은 이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