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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맥주? “우리도 좋아해요...그치만요” 포스텍 출신 20대 청년이 논알콜에 빠진 이유는?

라거앤칠 안영준.윤정현 공동대표, 애주가였던 두 사람이 제안하는 건강한 알딸딸함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애주가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시대다. 건강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술자리에서도 알코올 대신 논알코올·무알코올 음료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장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은 2014년 81억원에서 2024년 704억원으로 10년 만에 약 9배 성장했다. 2027년에는 946억원 규모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는 실제 유통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이마트의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 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전체 맥주 매출은 6.4% 감소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논알코올을 찾는다면?” 포스텍 출신 20대 청년들이 만든 스타트업 '라거앤칠'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단순히 맥주에서 알코올을 빼는 대신, 알코올이 하던 역할을 다른 성분으로 대신해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라거앤칠’이다. 술을 좋아했던 두 청년은 왜 논알코올 맥주를 만들게 됐을까.

 

“저는 원래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사람이었어요.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면서 술을 마실 일이 자연스럽게 많아졌고, 그러다 보니 맛있는 술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았죠.”

 

안영준 공동대표는 “좋은 술을 찾아 마시는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고 말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술을 찾는 빈도가 저도 모르게 늘어나더라고요. 결국 가벼운 알코올 의존과 건강 문제로 꽤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알코올 대신 취할 수 있는 다른 물질을 넣는다면, 그것도 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발칙한 생각을 안영준 대표는 학교 후배인 윤정현 대표와 구체화 시켰다. 

 

“그때부터 제품화 시키기 위한 사례와 모델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윤정현 공동대표는 ”생각보다 해외에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이미 있었고, 실제 제품도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 둘은 해외에 나갈 기회가 생겨 관련 제품들을 직접 마셔봤고 그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라거앤칠은 단순히 알코올을 뺀 논알코올 맥주가 아니다. 알코올이 하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성분을 넣은 제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무알코올 음료와는 차이가 있다. 일단 최대한 맥주 맛을 살리기 위해 맥주를 만드는 공정과 똑같은 공정을 거치고 탄산감과 맛을 유지시켰다.

 

윤 공동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줄이고 싶지만 술자리의 분위기나 맥주를 마시는 경험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 혹은 체질적으로 술을 마시기 어려운 사람들을 타깃층으로 설정했다“고 말한다.

 

일반적인 논알코올 맥주가 ‘알코올을 제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들은 ”알코올이 술에서 하는 역할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이과생다운 발상이다.

 

안 공동대표는 ”알코올을 빼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알코올이 주는 이완감이나 긴장 완화 역할을 다른 성분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윤 공동대표는 ”그중에서도 국내에서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선별했다“고 강조한다. L-테아닌, 유단백가수분해물, 유산균발효추출분말이 대표적이다.

 

방식도 대기업에서 만드는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와차별화를 했다. 일반적으로 맥주를 만든 뒤 별도의 공정을 통해 알코올을 제거하는 방식과 달리, 논알코올용 전용 효모를 사용해 천천히 발효시키고 특정 시점에 발효를 중단해 알코올이 발생하는 양 자체를 제한했다.

 

두 공동대표는 ”이를 통해 맥주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과 독일산 프리미엄 홉과 맥아를 사용했습니다.그래서 일반적인 논알코올 맥주보다 홉 향이 풍성하고, 수제맥주를 마시는 듯한 경험을 주는 것이 목표였어요.“

 

하지만 안영준 대표는 ”술을 무조건 끊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저 역시 술을 좋아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술이 주는 즐거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술을 마시면서 건강을 포기하거나, 술을 마시지 않으면 즐거운 자리에 함께할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윤정현 공동대표 역시 “그래서 라거앤칠이 만들고 싶은 건 단순한 ‘술의 대체재’라기보다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음주 경험”이라고 거든다.

 

이들은 라거앤칠을 시작으로 에일맥주와 하이볼 등  건강하게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라인업을 구상 중이다.

 

1998년생과 2003년생. 어리지만 영민한 대표를 만났다. 답을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잔잔한 날도, 예상하지 못한 큰 파도를 만나는 날도 있을 테다. 다만 직접 부딪히며 쌓이는 경험과 진정성이 이들의 방향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술을 좋아해서 술을 대신할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조금은 역설적인 출발. 라거앤칠이 던진 질문은 결국 ‘술을 마실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마실 것인가’에 가깝다.

 

두 청년이 시작한 작은 질문이 앞으로 어떤 음주 문화를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이제 세상을 향한 첫 잔을 내놓은 이들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라거앤칠
2026년 6월 - 회사 설립
2026년 7월 - 와디즈(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오픈예정 프로젝트 공개
2026년 8월 - 와디즈 프로젝트 14일 오픈

 

안영준 (공동대표)
- POSTECH 산업경영공학과 졸업
- WSET Level 2 Award in Wines (와인 자격증)

윤정현 (공동대표)
- POSTECH 신소재공학과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