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퇴직공직자의 유관 기관·협회 재취업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해양수산부 등 먹거리 관련 부처 출신 인사를 산하기관과 업종별 단체의 핵심 보직에 기용하려는 이른바 ‘관피아식 인선’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간부가 과거 담당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협회나 산하기관 임원으로 이동하려다 취업제한 또는 취업불승인 결정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민간 전문가나 내부 인재보다 관련 부처 출신 인사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관행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30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6년 7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3급 출신 A씨가 신청한 한국식품산업협회 전무이사 취업에 대해 취업제한 결정이 내려졌다.
윤리위는 A씨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한국식품산업협회 사이에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결정 근거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2항 제8호는 퇴직 전 처리한 업무가 취업 예정 기관의 재산상 권리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를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심사에서도 농식품부 일반직 고위공무원 출신 B씨가 같은 협회 전무이사 취업승인을 신청했으나 취업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당시 윤리위는 국가 경쟁력 강화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와 전문지식·근무경력이 인정되고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 법령에서 정한 취업승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두 차례 막힌 전무이사 인선…공모 대신 임추위 추천 추진
식품업계에서는 그동안 한국식품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식약처 고위직 출신, 전무이사는 농식품부 고위직 출신이 맡는 인선 구도가 사실상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협회가 식품 안전 규제와 산업 진흥 정책을 두고 식약처·농식품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야 하는 만큼 행정 경험과 정책 네트워크를 갖춘 전직 고위공직자를 주요 임원으로 영입해 온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부처 출신 인사가 정부 정책에 대응하고 산업계 의견을 전달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과거 감독·지원 업무를 담당했던 부처 출신 인사가 관련 업종 단체의 핵심 임원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관피아식 인선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전무이사 후보자를 공개 모집했으나 농식품부 출신 후보들이 모두 취업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협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3월과 6월 두 차례 전무이사 후보자 모집공고를 냈으나 농식품부 출신 후보들이 각각 취업불승인과 취업제한 결정을 받았다”며 “더 이상 공모 방식으로는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고 보고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전무이사를 선임하는 방식으로 인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선임 절차가 공개모집에서 임원추천위원회 추천 방식으로 바뀌더라도 후보군이 다시 농식품부 출신에 집중될 경우 부처 출신 중심의 인선 관행이 실질적으로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식약처 고위직 출신 상근부회장 취업도 불승인
한국식품산업협회 핵심 임원에 대한 취업심사 제동은 전무이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2025년 1월에는 식약처 출신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임원을 지낸 인사가 임기 만료 후 한국식품산업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취업하려 했으나 취업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윤리위는 당시 국가 경쟁력 강화와 공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 퇴직 전 업무의 성격과 비중을 고려할 때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전문성이 증명되고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 법령상 취업승인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근 1년 7개월 사이 한국식품산업협회 상근부회장과 전무이사 등 핵심 상근 임원으로 취업하려던 전직 고위공직자 3건이 모두 취업제한 또는 불승인 결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제한은 퇴직 전 담당 업무와 취업 예정 기관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결정이다. 취업불승인은 업무 관련성이 있는 상황에서 신청자가 예외적으로 취업을 허용해 달라고 승인심사를 요청했지만 전문성·공익성 등 법령상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다.
◇ 식품·농림·수산 분야 심사 56건 중 12건 제동
이 같은 재취업 심사 제동은 한국식품산업협회뿐 아니라 식품·농림·수산 분야 전반에서 나타났다.
본지가 2025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공개된 농식품부·식약처·해수부 등 식품·농림·수산 분야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사례를 분석한 결과 총 56건 가운데 취업가능은 26건, 취업승인은 18건으로 집계됐다. 취업제한은 5건, 취업불승인은 7건이었다.
취업제한과 불승인을 합한 재취업 제동 사례는 총 12건으로 전체 심사 건수의 21.4%를 차지했다. 심사 5건 가운데 1건 이상에서 취업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식약처 출신 가운데서는 올해 6월 일반직 고위공무원 출신 인사가 산하기관인 식품안전정보원 기획정책본부장으로 재취업하려다 취업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2025년 1월에는 보건연구관 출신의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전무이사 취업도 불승인됐다.
해수부 출신의 유관기관 재취업에도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올해 7월에는 해수부 고위공무원 출신의 한국해운조합 경영지원본부장 취업이 불승인됐으며, 4급 출신의 한국어촌어항공단 상임이사 취업도 제한됐다.
6월에는 해수부 4급 출신의 여수광양항만공사 운영본부장과 인천항만공사 운영본부장 취업이 각각 제한됐다. 5월에는 해수부 3급 출신의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특정업무본부장 취업이 불승인됐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윤리위가 취업제한이나 취업불승인 결정을 반복해서 내린다는 것은 퇴직 전 업무와 취업 예정 기관 사이의 밀접한 관련성,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엄격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그럼에도 공모와 추천을 반복하면서 부처 출신 인사만 우선적으로 검토한다면 관피아식 인선 관행을 유지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는 재산등록 의무자 등으로 퇴직한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이 퇴직 후 3년 이내 취업심사 대상 기관에 취업하려는 경우 거쳐야 한다.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취업 예정 기관 사이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으면 ‘취업가능’ 결정이 내려진다. 업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전문성과 공익성,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 등 법령에서 정한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면 ‘취업승인’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