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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아닌데 강제 이전?” 농협중앙회 지방행 논란 격화

정부, 내년 선도기관 이전 착수…전북·전남광주·경북 유치전 가열
노조 “2520억원 들여 460명 이동”…협동조합 자율성·실효성 공방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올해 안에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선도기관 이전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농협중앙회의 지방 이전 문제가 정치권과 농업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정부가 출자하거나 설립한 공공기관이 아니라 전국 농·축협이 출자해 만든 민간 협동조합 조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법 개정을 통해 이전을 강행할 경우 협동조합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늦어도 오는 9월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전체 구상을 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공공기관이 아닌 농협중앙회를 이전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를 둘러싼 법적 정당성과 실효성 논란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농협법에는 ‘서울’ 명시…이전하려면 법 개정 불가피

 

농협중앙회 지방 이전 논의의 핵심은 법적 성격과 이전 결정 권한이다.

 

농협중앙회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이 아니다. 전국 1100여개 농·축협이 농업인의 공동 이익을 위해 출자한 민간 협동조합 조직이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제114조는 중앙회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앙회 본부를 지방으로 옮기려면 농협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농협중앙회 이전을 위한 농협법 개정안이 대거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이성윤 의원은 농협중앙회 주사무소를 전북으로 옮기는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고, 민주당 문금주 의원과 국민의힘 정희용·조경태 의원은 현행법의 ‘서울특별시’ 규정을 삭제하고 주사무소 소재지를 중앙회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농협법 제9조에는 국가와 공공단체는 농협과 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원 조합과 농업인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정치권이 법률로 이전지를 결정할 경우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전남광주·경북 등 유치전…농생명·금융 집적 효과 강조

 

지방자치단체들은 농협중앙회와 금융계열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농협중앙회 이전 후보지로는 전남 나주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으며 NH농협은행과 NH농협금융지주 등 금융계열사는 부산 등이 언급된다.

 

전북은 농촌진흥청과 한국농수산대학교, 국가식품클러스터, 국민연금공단 등 농생명·식품·금융기관이 집적돼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전북도는 농협중앙회를 비롯해 한국은행, 한국마사회, 한국투자공사 등 40여개 기관을 유치 희망 기관으로 선정한 상태다.

 

전남·광주는 나주혁신도시의 공공기관 기반과 광역 농수산업 규모를, 경북은 전국 최대 수준의 농가 인구와 과수·식량작물 생산 기반을 강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강원도도 농협중앙회를 공공기관 유치 희망기관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들은 농협중앙회와 계열사가 이전하면 임직원과 가족의 인구 유입은 물론 소비 확대, 세수 증대, 농생명·금융산업 집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2520억원 들여 460명 이전”…노조, 비용 대비 효과 문제 제기

 

농협 노동계는 정부와 정치권이 공공기관이 아닌 농협중앙회를 일방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와 사무금융노조 NH농협중앙회지부는 최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앞 집회 등을 통해 이전 구상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 측은 농협중앙회 이전에 토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최소 252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농협중앙회 중앙본부 인력 1167명 가운데 자산운용과 정보기술·데이터센터 등 수도권에 남아야 하는 필수 인력을 제외하면 실제 이전 가능한 인원은 약 460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범농협 임직원 약 7만명, 전체의 73%가 이미 비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막대한 이전 비용에 비해 추가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고, 비용 부담이 농업인 지원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디지털 금융 분야의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수도권 금융기관·유통업체와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중앙회와 금융계열사를 여러 지역으로 분산할 경우 의사결정과 사업 연계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지역 농업인단체들은 "농협의 주인은 농민인 만큼 서울 한복판을 떠나 최대 농업 생산지로 이전해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전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어 농업계 내부 시각도 엇갈린다.

 

농협중앙회 이전은 단순한 공공기관 배분을 넘어 민간 협동조합의 독립성 보장과 실제 경제적 실익, 그리고 농업인 지원 기능 유지라는 다차원적 방정식이 얽혀 있다.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 구상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농협중앙회를 이전 대상에 포함할지, 이전지를 정부와 국회가 결정할지 또는 회원 조합의 자율적 판단에 맡길지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