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피해를 본 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미달액을 정부가 책임지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기업의 자발적 출연에 의존한 결과 당초 목표액 1조원의 약 30%만 조성된 만큼 부족한 약 7000억원을 정부가 보전하고 앞으로는 시장 개방으로 혜택을 보는 수출기업이 농어업 피해 보상에 참여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16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업무보고에서 FTA 체결에 따른 농축산업 피해와 상생협력기금 조성 현황을 점검했다.
이 대통령은 “FTA를 체결하면 산업 부문의 시장 진출을 위해 농업과 축산업 분야가 양보를 요구받는다”며 “경제 질서가 바뀌면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손해를 보는 집단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도록 하면 이해관계 조정도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저항도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FTA 피해 보완 대책으로 추진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조성 실적을 물었다.
이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올해가 기금 조성 기간의 마지막 해라며 현재까지 목표액의 약 30%가 조성됐다고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약 3000억원 수준으로 확인한 뒤 “말로는 1조원이라고 했지만 기업의 자발성에 맡기다 보니 결국 약속한 금액을 채우지 못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한·미 FTA와 한·중 FTA 등 무역 개방 확대로 혜택을 보는 산업과 피해를 입는 농어업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15년 한·중 FTA 비준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가 농어업 피해 보완 대책의 하나로 기금 조성을 제안했으며,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됐다.
기금은 기업과 공공기관의 자발적 출연으로 조성된다. 법적 강제성은 부여되지 않았다.
조성된 기금은 농어업인 자녀 장학사업과 농어촌 주민의 의료·문화·복지 증진, 정주 여건 개선, 마을공동체 활성화, 농수산물 생산·유통·판매 분야의 공동 협력사업 등에 사용된다.
그러나 기업 참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조성 기간 종료를 앞둔 현재까지 누적액은 목표액의 약 30% 수준에 머물렀다.
국회에서는 그동안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주요 기업에 기금 출연 확대를 요구해 왔지만 자율 출연 방식의 한계로 조성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대통령은 기금 부족 문제를 단순히 기업의 참여 부족이 아니라 정부가 농어민과 한 약속의 문제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농민들에게 1조원 정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인데 지키지 못했다면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정부 신뢰의 문제인 만큼 부족한 약 7000억원을 정부가 대신 책임지는 방법을 강구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향후 FTA와 통상협정 체결 과정에서 적용할 농어업 피해 보상 방식도 재설계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수출시장을 늘려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쪽이 있다면 그만큼 보전해줘야 한다”며 “정부가 전부 책임지는 것이 부담된다면 혜택을 보는 수출기업들이 수출 이익의 일부를 분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선의와 자발적 기부에만 의존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출액이나 시장 개방에 따른 이익을 기준으로 농어업 피해 보상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은 “농민이나 국내에서 피해를 보는 산업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며 농식품부에 농민단체들과 구체적인 대책을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송 장관은 농업계가 시장 개방 문제에 강하게 반발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지원 약속이 충분히 이행되지 않았다는 불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 장관은 “정부가 개방 이후 지원하겠다고 말하는 방식이 반복돼 왔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고, 계산된 금액보다 실제 피해가 더 큰 경우도 있었다”며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리면 복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농민단체들과 진지하게 협의해 실제 필요한 대안을 만들라”고 재차 주문했다.
정부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부족액 보전에 나설 경우 FTA 체결 이후 지속돼 온 농어업 피해 보상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부족한 약 7000억원의 재원을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 향후 통상협정에서는 수출기업의 분담을 의무화하거나 제도화할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