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말레이시아가 포장음료의 당 함량을 소비자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A~D 등급으로 표시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특히 당 함량이 낮더라도 비당류 감미료를 사용한 음료는 A등급 표시가 제한될 수 있어 제로슈거·저당 음료를 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라벨 관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보건부(MOH)는 지난 4일 ‘1985년 식품규정(Food Regulations 1985) 개정안’을 발표하고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안은 소비자가 식품 정보를 보다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건강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식품 표시 기준을 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주요 내용은 특정 유산균 균주의 기능성 표시 허용, 2’-푸코실락토스(2’-FL)의 조제식 선택 영양소 추가, 포장음료 당 함량 등급 표시제 신설 등이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포장음료의 당 함량 등급 표시제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기존 영양성분표만으로는 소비자가 제품 간 당 함량 수준을 즉시 비교하기 어렵다고 보고, 포장 전면에 시각적 등급 표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은 즉석 음용 제품(RTD, Ready To Drink)과 분말·농축액 등 희석 또는 제조가 필요한 음료다. 다만 알코올 음료, 천연 미네랄워터, 포장 음용수, 식품규정상 특수용도식품은 제외된다.
당 함량은 음료 100ml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즉석 음용 제품은 제품 상태 그대로 100ml당 당 함량을 표시하고, 분말·농축액·베이스 형태 제품은 제조지침에 따라 조제한 상태를 기준으로 100ml당 당 함량을 산정한다.
당 함량 산정 시 자연 발생하거나 인위적으로 첨가된 유당과 갈락토스는 제외된다. 다만 해당 성분이 포함된 경우에는 영양성분표에 별도로 표시해야 한다.
포장음료 당 함량 등급은 음료 100ml당 당 함량을 기준으로 A~D 4단계로 나뉜다. A등급은 1.0g 이하, B등급은 1.0g 초과 5.0g 이하, C등급은 5.0g 초과 10.0g 이하, D등급은 10.0g 초과 제품에 해당한다.
다만 당 함량 기준상 A등급에 해당하더라도 비당류 감미료를 함유한 경우에는 B등급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설탕 함량을 낮춘 저당 음료나 무가당 음료라도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등 비당류 감미료를 사용하는 경우 A등급 표시가 어려울 수 있다.
이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단순한 당류 저감 여부뿐 아니라 감미료 사용 여부까지 소비자 표시 체계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제로슈거 음료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수출하거나 현지 유통을 확대하려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원료 배합과 표시 전략을 함께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다.
등급 마크는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음료 포장의 주표시면에 표시해야 한다. 가로형과 세로형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며, A~D 중 해당 등급을 강조하고 당 함량 비율도 함께 표기해야 한다.
색상 역시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 등급 마크는 개정안에 명시된 팬톤(Pantone) 또는 CMYK 색상 규격을 따라야 한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은 단순 번역 라벨을 넘어 현지 기준에 맞춘 디자인 규격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는 유산균 기능성 표시와 조제식 원료 기준도 포함됐다.
유산균 균주 중 하나인 락토바실러스 카세이 시로타(L. casei Shirota)에 대해서는 ‘면역 반응 지원(supports immune response)’이라는 기능성 표시가 공식 허용될 예정이다. 다만 해당 표시를 사용하려면 1회 제공량당 생균 수가 최소 1.3×10¹⁰ CFU 이상 포함돼야 한다.
또 모유 올리고당 성분인 2’-푸코실락토스(2’-FL)는 영아용·어린이용·성장기용 조제식품에 선택적으로 첨가할 수 있는 원료로 인정된다. 관련 제품은 100ml당 최대 240mg 이하의 함량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aT는 말레이시아의 포장음료 당 함량 등급 표시제가 시행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의 사전 대응이 중요하다고 봤다. 기업은 공인 성분 분석을 바탕으로 제품의 100ml당 당류 함량을 확인하고, 개정안에 따른 등급 판정과 라벨 수정을 완료한 뒤 선적해야 한다.
특히 저당·제로슈거 제품의 경우 당류 함량뿐 아니라 비당류 감미료 사용 여부가 등급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원재료명·영양성분표·전면 등급 표시 간 불일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현지 통관과 수입식품 등록 과정에서 허위 표시로 적발될 경우 제품 회수, 통관 지연, 유통 차질 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현지 바이어와 성분 분석 성적서, 라벨 시안, 등급 산정 근거를 사전에 교차 검증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의 시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의견 제출 마감일은 오는 7월 4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