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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반도체’ 김, 바다 밖으로…CJ·풀무원·대상 육상양식 경쟁

김 수출 11억3000만 달러 역대 최대…기후변화에 생산 불확실성 확대
CJ 상업시설·풀무원 R&D 착공…정부, 2030년 수출 18억 달러 목표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K-푸드 확산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김이 기존 해상 양식을 넘어 육상 양식으로 생산 기반을 넓히고 있다. 글로벌 수요 확대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으로 생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CJ제일제당, 풀무원, 대상 등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이 연중 생산이 가능한 육상 양식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식품업계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김은 국내 수산식품 수출을 이끄는 대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11억3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류 확산과 건강 간식 수요 증가에 힘입어 조미김과 김 스낵 등 K-김에 대한 해외 수요가 확대되면서 김은 ‘검은 반도체’로 불릴 만큼 수출 효자 품목으로 부상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김이 밥반찬을 넘어 스낵으로 소비되고 있다.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한 전통 조미김뿐 아니라 칠리라임, 아보카도, 치즈 등 다양한 시즈닝을 더한 제품이 건강한 칩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글루텐이 없고 열량 부담이 낮다는 점도 글로벌 시장에서 김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생산 환경이다. 김은 낮은 수온과 적정 염도 등 까다로운 생육 조건이 필요한 품목이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해수온이 상승하면서 겨울철 해상 양식 중심의 기존 생산 방식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연안 양식 면적 확장에도 한계가 있는 만큰 식품 업계는 온도와 빛, 영양분 등을 정밀 제어할 수 있는 육상 양식에 주목하고 있다.

 

 

CJ·풀무원·대상, ‘미래 김’ 기술 확보 경쟁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자체 연구개발(R&D) 역량과 정부 국책과제를 결합해 육상 양식 김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가장 먼저 대량 상업화 시설 구축에 들어간다. CJ제일제당은 충남 천안에 ‘육상 양식 김 상업화 시설’을 오는 8월 착공하고 내년 상반기 완공할 계획이다. 2018년부터 연구를 시작했으며, 올해 상반기 육상 환경에 최적화된 전용 품종의 특허 등록을 마쳤다.

 

CJ제일제당의 육상양식 김 상업화 시설은 다수의 수조와 배양 설비로 구성된다. 경기도 수원 CJ블로썸파크에서 진행한 랩 파일럿 연구 결과와 생산 인프라 역량을 결합해 대량 상업화를 위한 핵심 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은 육상양식 김 전용 품종, 김 생애주기 제어 기술, 전용 배지와 품질관리 기술을 기반으로 연중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정밀하게 통제된 수조에서 독자적인 배양 영양액을 활용해 균일한 맛과 품질의 김을 생산하고, 향후 자사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 김'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풀무원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국내 최초 ‘김 육상 양식 R&D 센터’를 착공하며 기술 실정과 산업화 기반 구축에 나섰다. 이번 R&D센터는 해양수산부의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 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 국책과제와 연계해 추진된다.

 

풀무원 R&D센터는 총 9473㎡ 부지에 양식시설, 해수 인·배수 및 전처리시설, 연구·지원시설을 통합한 첨단 인프라로 조성된다. 1단계 사업에서는 김 육상양식동, 해수 처리시설, 사무동 등 테스트베드 운영에 필요한 핵심 시설을 구축하고, 향후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2단계 확장을 추진한다.

 

2단계에서는 김 육상양식동 추가 구축과 함께 창고동, 가공동, R&D동 등을 조성하고 수조 규모도 확대한다. 김 육상양식동에는 온도, 빛, 영양분 등 생육 환경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이 도입된다. 풀무원은 이를 통해 생산부터 가공·유통까지 전 공정을 아우르는 원스톱 산업화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풀무원은 지역 상생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새만금 R&D센터를 거점으로 육상양식 핵심 공정을 고도화하고, 개발된 산업화 모델을 지자체와 지역 어업인에게 공유해 현장 기술 확산을 추진한다. 향후 인근 양식단지에서 생산된 물김을 풀무원이 전량 수매해 상품화하는 구조를 마련해 지역에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기업에는 우수한 원재료를 확보하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대상은 대규모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4차 산업형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대상은 해양수산부의 ‘김 연중 대량 생산 육상 양식 기술 개발’ 국책과제(총 연구개발비 350억 원 규모)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2029년까지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30년 상품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과제에는 전남·전북·충남 등 3개 광역 지자체, 공주대·포항공대 등 12개 대학 연구소, 하나수산 등 11개 기업이 참여한다. 대상은 김 종자 연중 공급, 대량 양성 기술, 육상양식 시스템 및 품질관리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대상은 국내 최대 김 산지인 전남 고흥군 및 현지 수산업체와 협력해 실제 육상 양식장을 구축 중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AI-Aquafarm’ 시스템 실증을 통해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높이고, 육상양식 김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도 병행한다.

 

대상은 2016년부터 김 육상양식을 기획해 왔으며, 2023년 전남 고흥군 및 하나수산과 사업화에 돌입했다. 1차 시범 양식에서 김 원초를 40~50cm 크기로 키우는 데 성공했으며, 2030년경 육상양식으로 수확한 김을 상품화하는 것이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2030년 김 수출 18억 달러 목표

 

정부도 김 산업 공급망 개편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생산부터 유통, 가공, 수출까지 전 주기를 혁신하는 ‘김 수출 공급망 혁신방안’을 통해 2030년까지 김 수출 18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해수부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연안 양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수심 35m 이상의 외해 양식 도입과 기업의 육상 양식 시스템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안정적인 원초 공급 기반을 마련해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가격 변동성 완화를 위한 제도도 추진된다. 정부는 ‘김 계약 생산제’와 ‘정부 비축제’를 도입해 수급 불안을 줄이고,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AI 기반 마른김 등급제’와 전 공정 자동화 스마트 공장 확산을 통해 품질 표준화와 생산 효율화를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육상양식이 기존 해상양식을 단순히 대체하기보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안정적 공급망 확보와 김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연중 생산이 가능한 육상양식 기술이 정착될 경우 원초 수급 안정은 물론, 기능성·프리미엄 김 제품 개발과 스마트 양식 산업 확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김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K-수산식품을 대표하는 품목이 됐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육상 양식은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김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