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보험 관련 피해구제 신청 중 보험금 지급 거절 사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사가 주치의의 진단이나 치료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의료자문을 요구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원장 윤수현)은 2025년 한 해 동안 접수된 보험 관련 피해구제 신청 930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85.8%인 798건이 보험금 지급 거절로 인해 발생했다고 7일 밝혔다.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별로는 ‘주치의 진단·치료 불인정’이 538건으로 67.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약관 적용 이견’ 165건(20.7%), ‘손해액 이견’ 72건(9.0%), 기타 23건(2.9%) 순이었다.
최근 5년간 보험 관련 피해구제 신청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2021년 756건이던 신청 건수는 2022년 829건, 2023년 1067건, 2024년 978건, 2025년 930건으로 집계됐다. 5년간 전체 신청 건수는 총 4560건이며, 이 가운데 보험금 지급 거절 관련 신청은 3854건으로 84.5%를 차지했다.
주치의 진단이나 치료를 인정하지 않은 538건 중 377건(70.1%)은 소비자가 보험사의 의료자문 절차나 결과를 수용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자문은 환자를 직접 치료한 의사의 의료행위나 진단이 적정한지 제3의 전문의에게 의견을 구하는 절차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동의를 받아 의료자문을 의뢰한다.
보험금 종류별로 보면 주치의 진단·치료 불인정 사건은 실손의료비와 진단비가 각각 19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의료자문 요구 사건은 실손의료비 140건, 진단비 132건으로 집계됐다. 수술비는 44건 중 31건, 입원일당은 36건 중 21건, 후유장해는 33건 중 26건에서 의료자문 요구가 있었다.
특히 후유장해 보험금의 경우 주치의 진단·치료 불인정 사건 33건 중 26건이 의료자문 요구 사건으로, 비율이 78.8%에 달했다. 기타 보험금은 29건 중 27건으로 93.1%를 기록했다.
의료기관 규모와 관계없이 보험사가 주치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요구한 377건 중 주치의가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 소속된 경우는 145건으로 38.5%를 차지했다. 이 중 의과대학 부속병원 소속 의사가 99건, 일반 종합병원 소속 의사가 46건이었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118건(31.3%), 의원급은 114건(30.2%)이었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한 보험금 규모도 적지 않았다. 청구금액이 확인된 361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청구금액은 1618만 원이었다. 금액대별로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미만’이 141건(39.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0만 원 미만 101건(28.0%),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미만 67건(18.5%), 3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미만 28건(7.8%), 5000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 16건(4.4%), 1억 원 초과 8건(2.2%) 순이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주요 사례를 보면, A씨는 대학병원에서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를 받은 뒤 주치의로부터 경동맥 폐쇄 및 협착 진단을 받고 뇌졸중 진단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유의미한 혈관 협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의료자문 동의 전까지 보험금 심사 절차를 중단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유방암 환자가 항암제 투여를 위한 케모포트삽입술을 받고 암수술비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해당 시술이 암을 직접 치료하는 수술이 아니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요추 추간판탈출증과 신경관협착증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소비자 역시 입원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의료자문 결과를 이유로 입원 실손의료비 지급을 거절당했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21년 8월 ‘의료자문 내부통제 기준’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원은 사실상 의료자문 시행 대상에 제한이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행 의료자문 내부통제 기준에 따르면 보험사는 소비자가 제출한 의학적 증거에 대해 명확한 반증이 없는 경우 지체 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또 의료자문 결과만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지연해서는 안 되며, 의료자문을 의뢰할 때는 의뢰 사유와 내용, 제공 자료 등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소비자원은 이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 불필요한 의료자문 요구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의료자문 내부통제 기준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비자들에게는 고액의 비급여 치료를 받기 전 가입한 보험의 보험금 지급 기준과 필요 서류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병원 직원이나 보험설계사의 보험금 지급 가능 안내를 확정적인 지급 약속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의료자문을 시행하려는 이유와 질의 내용, 자문의에게 제공되는 자료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의료자문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보험사와 협의해 제3의 의사에게 재감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의료자문 비용은 보험사가 부담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의료자문은 보험금 지급 심사를 위한 참고 자료인 만큼, 그 결과만으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거나 지연돼서는 안 된다”며 “소비자도 의료자문 동의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고, 필요한 경우 주치의 소견서 등 추가 자료를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율적인 분쟁 해결이 어려운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상담 또는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