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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처님오신날, “먹는 것도 수행”…1700년 사찰음식에 빠진 MZ·외국인

국가무형유산 지정 1주년…비건·발효·마음챙김 식문화로 떠올라
오신채 대신 자연의 맛 음미…발우공양·제로웨이스트 가치 재조명
문화사업단 글로벌 교류 확대…“하루 한 끼 마음챙김” 일상 속 수행 제안

[푸드투데이 = 노태영기자] 맵고 달달하며 짠 자극적인 음식 소비가 만연한 시대, ‘천천히 먹는 한 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비건과 웰니스 등 지속가능한 식문화가 확산하면서 1700년 역사의 사찰음식이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새로운 K-푸드 콘텐츠로 재조명되는 이유다.

 

특히 지난해 5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사찰음식은 오랜 수행문화의 전통을 넘어 오늘날 건강·발효·지속가능성을 아우르는 현대 식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자극적인 맛과 초가공식품에 지친 현대인들이 ‘웰니스’와 마음챙김 식사에 눈을 돌리면서 사찰음식의 가치도 다시 부각되는 분위기다.

 

푸드투데이는 불기 2570년 부처님 오신 날과 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 지정 1주년을 맞아 ‘먹는 수행’으로 불리는 사찰음식의 철학과 현대적 의미, 그리고 글로벌 K-웰니스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는 흐름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절에서 먹는 밥 아니다”…1700년 이어온 수행의 음식문화

 

불기 2570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사찰음식이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은 석가모니 부처의 탄생을 기념하는 불교 최대 명절로, 자비와 생명존중, 나눔의 가치를 되새기는 날이다. 최근에는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 마음의 쉼과 치유,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돌아보는 문화적 의미까지 확장되고 있다.
 

사찰음식은 단순히 '절에서 먹는 음식'을 뜻하지 않는다. 불교의 수행 정신과 공양문화를 바탕으로 식재료 채집부터 조리, 섭취, 마무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수행의 연장선으로 바라보는 한국 고유의 생활문화다.

 

국내에는 4세기 불교 전래와 함께 사찰음식 문화가 자리 잡았으며, 이후 대승불교 계율이 정착하면서 육식은 물론 파·마늘·부추·달래·흥거 등 오신채를 금하는 독창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오신채를 금하는 이유 역시 수행적 의미와 연결된다. 익혀 먹으면 음욕을 자극하고, 날로 먹으면 분노를 키워 수행을 방해한다는 계율에 따른 것이다. 사찰음식의 철학적 근간은 연기(緣起) 사상과 불살생(不殺生)에 있다. 한 그릇의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자연과 사람들의 수많은 노고가 담겨 있음을 깨닫는 과정 자체가 수행이라는 관점이다.

발우공양·약석 문화 재조명…음식도 수행이 되는 이유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화가 바로 '발우공양'이다. 발우공양은 평등과 절약, 청결, 공동체 정신을 담은 수행 방식으로 음식을 남기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식사법이다. 음식은 미식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약석(藥石)’으로 여겨진다.

 

사찰음식의 전승 방식도 독특하다. 오랜 세월 스님들의 구전과 시연 중심의 도제식 교육으로 이어졌으며, 각 지역 사찰은 지역 풍토와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장류와 발효음식, 저장식 등을 발전시켜 왔다.

비건·헬시플레저 열풍 속 사찰음식, 지속가능 식문화로 부상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비건과 헬시플레저, 발효식품, 로컬푸드 등을 중심으로 건강 지향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공조미료와 초가공식품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제철 식재료와 발효장을 기반으로 한 사찰음식이 지속가능한 식문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찰음식은 육류와 생선은 물론 오신채까지 배제하지만 일반 채식이나 비건 음식과는 결이 다르다. 단순히 건강이나 신념을 위한 식단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에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 상태를 돌아보는 '마음챙김 식사(Mindful Eating)’ 문화가 확산하면서 사찰음식이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웰니스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천천히 먹는 한 끼” MZ·외국인 사로잡은 마음챙김 식사

 

국가무형유산 지정 이후 대중의 관심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하 문화사업단)에 따르면 제4회 사찰음식 대축제에는 약 1만6000명이 방문했으며, 서울 안국동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의 체험 프로그램에는 약 9600명이 참여했다. 정규 강좌 수료생은 741명, 전문조리사는 91명이 배출됐다.

 

원데이 클래스와 외국인 체험 프로그램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으며, 사찰음식 전문 교육기관인 ‘향적세계’의 전문조리사 과정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

 

MZ세대와 외국인 참가자들의 반응도 눈에 띈다. 자극적인 맛보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조리법과 발효음식의 깊이, 음식을 남기지 않는 식사 태도 등에 신선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제철 나물을 직접 다듬고 장류로 간을 맞춰보는 조리 실습과 발우공양을 현대적으로 간소화해 제로웨이스트 가치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의 몰입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사찰음식이 체험 프로그램을 넘어 비건 HMR, 웰니스 관광, 글로벌 교육 콘텐츠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K푸드 넘어 K웰니스로…사찰음식 세계화 본격화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찰음식의 세계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문화사업단은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르 꼬르동 블루 파리·런던 캠퍼스와 해외문화원 등과 연계한 강의와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비건과 발효식품, 지속가능한 식문화,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찰음식이 한국 전통문화의 새로운 글로벌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 관심을 보이는 요소는 발효장과 장아찌 등 한국 고유의 저장 음식문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 그리고 ‘먹는 행위’ 자체에 철학을 담는 사찰음식의 태도다. K-푸드가 맛의 세계화를 이끌었다면 사찰음식은 생명 존중과 절제, 수행의 철학까지 함께 전달하는 ‘K-웰니스 푸드’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루 한 끼 마음챙김” 사찰 밖으로 나온 수행의 식문화

 

사찰음식은 이제 사찰 안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 속 실천 문화로도 확장되고 있다.

 

문화사업단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하루 한 끼 마음챙김 식사’를 제안한다. 식사 중 스마트폰과 TV를 끄고 음식에 담긴 자연과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 먹을 만큼만 덜어 잔반 없이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사찰음식의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사찰음식 국가무형유산 지정 1주년 기념 전시회는 오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1층 홍보관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전시는 사찰음식의 역사와 철학, 발우공양 문화, 생명존중과 절제의 가치 등을 사진으로 소개하며 음식을 준비하고 나누는 과정 자체가 수행임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문화사업단장인 일화스님은 “사찰음식은 한 끼의 음식이기 이전에 생명을 대하는 마음과 절제, 감사, 나눔의 태도를 담아온 수행의 문화”라며 “앞으로도 국민 생활 속 지속가능한 식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불교문화사업단은 2004년 출범한 대한불교 조계종 산하의 문화사업 전문 기관으로 템플스테이 운영과 불교문화 콘텐츠 및 브랜드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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