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최근 식품 제조업체와 음식점 등을 대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사칭한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위조 공문과 가짜 명함, 허위 법령 내용까지 동원해 특정 장비 구매를 강요하고 금전을 편취하려는 수법으로, 실제 현장에서는 “식약처 점검이 나온다”는 말에 당황한 업체들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식약처를 사칭해 위생 장비 구매를 강요하는 가짜 공문과 보이스피싱 범죄가 식약처의 공식 경고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어 식품 업계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범죄 일당은 정부의 공식 단속일인 것처럼 특정 날짜를 언급하며 업체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등 수법이 한층 더 대담해진 모습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썹(HACCP) 인증업체 등 식품 제조업체를 타깃으로 한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사칭 사기 행각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및 산하기관을 사칭한 위조 공문서가 유포되며 금전 편취 피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공문은 ‘디지털 위생관리 체계 고도화에 따른 필수 장비 구축 및 실태조사 실시 알림’이라는 제목으로 유포됐다. 해당 문서에는 식품위생법 개정에 따라 ATP 오염도 측정기와 IoT 온습도 측정장비를 의무 설치해야 하며, 미구비 시 최대 300만원 과태료와 영업정지 처분이 가능하다는 허위 내용이 담겼다.
또 “정부 지정 업체를 통해 장비를 구매하면 전액 환급이 가능하다”는 지원사업 신청 안내와 신청서 양식까지 첨부해 실제 행정 공문처럼 꾸민 것으로 나타났다. 공문에는 휴대전화 번호와 특정 담당자 이름까지 기재됐으며, 문자 메시지와 전화로 입금을 유도하는 방식까지 병행됐다.

실제 HACCP 인증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피해 우려와 신고 사례가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피해 제보에 나선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회사 내선으로 전화가 와 자신을 식약처 주무관이라며 소개하며 ‘디지털 위생관리 체계 고도화’ 관련 실태조사를 위해 5월 18일 현장 점검 예정이라고 말했다”며 "이미 지난 4월 1일에 전국 식품업체에 공문을 발송했고, 이를 근거로 현장 심사를 나간다며 압박했다"고 전했다.
이어 “담당자 이름과 부서를 다시 확인하려 하자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며 “경찰 신고 결과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공문에 적힌 광주지방식약청 담당자 이름을 확인해보니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다”며 “공무원 사칭과 공문서 위조, 허위 사실 유포까지 매우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기 일당은 업체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식약처 로고와 직인은 물론, 담당 부서명과 실제 존재하지 않는 공무원 이름이 적힌 가짜 명함까지 제작해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로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본지가 입수한 위조 공문에 따르면 이들은 동일한 양식의 공문에서 담당자 직통 번호만 수시로 바꿔가며 단속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010-3964-XXXX, 010-5719-XXXX, 010-4048-XXXX 등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사용한 점도 특징이다.
또 위조 공문에는 실제 법령 형식을 모방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문구를 삽입하고, ATP 오염도 측정기와 IoT 스마트 온·습도 장비를 의무 구비 대상인 것처럼 꾸며 업체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지원사업 신청 안내’ 서류를 첨부해 특정 지정업체를 통해 장비를 선구매하면 업체당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100% 전액 환급”을 해준다고 속여 입금을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들에게 엮이면 회사 계좌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광주지방식약청 등에 확인한 결과 공문에 명시된 담당자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4월 28일과 5월 14일 두 차례에 걸쳐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 기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특정 물품 구매를 강요하거나 전화·문자로 입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식약처는 명백한 공문서 위조 및 사기 범죄로 규정하고 관할 경찰서 사이버수사대 등에 고발 조치하는 한편, 한국식품산업협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유관 단체와 긴급 협조 체계를 구축해 피해 예방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특정 업체를 지정해 구매를 유도하는 경우 ▲공문서에 담당자 번호가 ‘010’ 개인 휴대전화로 기재된 경우 ▲위생점검을 빌미로 당일 계약이나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는 100% 사기”라며 “위조 공문과 전화가 결합된 경우 실제 행정으로 오인하기 쉬운 만큼 반드시 해당 기관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