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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바구니 속 계란값, 알고보니 산란계협회 ‘가격 담합’

공정위 “실거래가격 사실상 좌우”…과징금 5억9400만원 부과
생산비 안정됐는데 기준가격 9.4% 인상…“소비자 부담 키웠다”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대한산란계협회(회장 안두영)가 계란 산지 기준가격을 수시로 정해 전국 회원 농가에 통지해온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생산자단체가 계란 가격 형성 과정에서 사실상 기준가격을 주도해온 관행에 공정위가 제재를 가하면서 향후 계란 유통 및 가격 결정 구조 전반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 이하 ‘공정위’)는 대한산란계협회가 2023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구성사업자인 계란 생산·판매업체와 유통업체 간 거래에서 적용되는 계란 산지 기준가격을 결정하고 이를 회원 농가에 통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5억9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산란계협회는 국내 산란계 사육 수수의 약 56.4%를 차지하는 580개 농가를 회원으로 둔 사업자단체다. 공정위는 협회가 지역별 특별위원회를 통해 왕란·특란·대란 등 중량별 기준가격을 수시로 정한 뒤 팩스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전국 회원 농가에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별도 가격 변경이 없더라도 매주 수요일마다 기존 가격을 재안내하고 홈페이지 게시와 구독서비스까지 운영하며 가격의 대표성을 강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실제 거래가격도 협회가 제시한 기준가격과 거의 유사하게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발표한 실거래가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계란 산지 실거래가격은 협회 기준가격 흐름과 거의 동일하게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정위는 기준가격 인상이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산란계협회는 법 위반 기간 동안 수도권 기준가격을 2023년 4841원에서 2025년 5296원으로 약 9.4% 인상했다. 반면 같은 기간 원란 생산비는 4060원에서 3856원 수준으로 오히려 안정세를 유지했고, 생산비 대비 기준가격 차이는 781원에서 1440원까지 확대됐다.

 

도매 및 소비자 가격 역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연평균 기준으로 계란 소비자가격은 2023년 6491원에서 2025년 6792원으로 올랐고, 도매가격도 같은 기간 5220원에서 5715원으로 상승했다. 공정위는 산지 가격이 도·소매 가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상 협회의 가격 결정 행위가 국민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물린다. 농식품부는 2023년 산란계협회 법인 설립을 허가하면서 “계란 시세·가격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 이후 2024년에는 협회를 통한 산지 기준가격 발표를 폐지하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을 통한 실거래 평균가격 공표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3월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을 통한 산지 예측가격 조사와 ‘계란 가격 검증위원회’ 구축 계획도 내놨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생산자단체 중심 가격 결정 구조의 위법성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 먹거리와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담합 및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