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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가 ‘발모’ 효과로?…엘비모어·케라넷, 소비자 우롱 탈모 마케팅 논란

식약처 인정은 ‘모발 윤기·탄력 개선’ 수준…방송선 탈모 고민 집중 자극
샴푸 기능성 결합한 ‘먹고 감는 더블케어’ 전략…“소비자 오인 우려”
식약처 “탈모 예방·개선 효과와 무관…소비자 오인 광고는 부당 행위”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대한민국 탈모 인구 1,000만 시대. 머리카락 한 올이 절실한 소비자들의 간절함을 악용한 홈쇼핑의 ‘기만적 마케팅’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단순히 모발의 윤기와 탄력 개선 기능만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을 마치 마치 탈모 예방·발모 효과가 있는 제품처럼 포장해 판매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소비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

 

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지난 2일 SK스토아 방송에서는 대원헬스케어의 ‘엘비모어’ 건기식과 탈모 기능성 샴푸를 함께 구성해 판매하며 사실상 '탈모 개선 패키지'처럼 연출하는 방송이 진행됐다.

 

방송에서 쇼호스트는 “어디가 빠졌어요?”, “듬성듬성해요?”, “근본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등의 멘트로 탈모 고민을 직접 자극했다. 이어 “먹고 감는 더블케어”를 강조하며 제품 섭취를 유도했고, 가격 설명 과정에서는 “탈모 고민 없으신 분들은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는 식의 발언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해당 제품의 실제 기능성 범위다.

 

‘엘비모어’는 GC녹십자웰빙이 개발한 ‘Latilactobacillus curvatus LB-P9 프로바이오틱스’를 사용한 건강기능식품이다. 이 원료는 2025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모발 상태(윤기·탄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어디까지나 이미 자란 모발의 상태 개선에 관한 기능성일 뿐, 탈모 예방·치료·발모 효능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하지만 홈쇼핑 방송에서는 이러한 경계가 의도적으로 흐려졌다. 건기식과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샴푸를 한 세트로 묶은 뒤, 이를 통합된 탈모 관리 솔루션처럼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방식이다.

 

 

앞서 4월 24일 CJ온스타일 방송에서 뉴트리코어의 ‘헤어그릭스 케라넷’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해당 제품은 기장밀추출복합물(Keranat™)을 사용해 ‘모발 윤기·탄력 개선’ 기능성을 인정받았지만, 방송에서는 모발 성장 주기와 동물실험 결과 등을 강조하며 사실상 탈모 개선 효과를 암시했다.

 

특히 방송 화면에는 하수구에 빠진 머리카락 뭉치, 휑한 정수리 등을 반복 노출됐고, “자고 일어나면 베개 밑에 후두둑”, “먹는 걸로 먼저 시작하라” 등의 자극적인 표현이 이어졌다.

 

업계가 사용하는 핵심 수법은 ‘효능 전이 효과’다. 샴푸에 인정된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을 건기식의 효능처럼 교묘하게 연결해 소비자가 제품 전체를 탈모 치료 또는 발모 제품으로 오인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모발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에는 ‘탈모 예방’이나 ‘탈모 개선’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건기식과 탈모 완화 샴푸를 함께 구성해 광고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소비자를 오인·혼동시키는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행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세트 포장 제품의 표시사항 중 건기식의 기능성 관련 내용이 화장품의 기능성 내용 등으로 연관돼 소비자가 오인.혼동하지 않도록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 반응은 이미 '탈모 치료제' 수준으로 왜곡되고 있다.

 

해당 제품 후기에는 “진짜 머리가 올라온다”, “가르마 숱이 촘촘해졌다”, “탈모 때문에 6개월 치 재구매했다”는 등의 반응이 다수 게시돼 있다. 식약처가 인정한 ‘윤기·탄력 개선’ 범위를 한참 넘어선 기대효과가 소비자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모발 상태 개선과 발모 효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한 모발의학 전문가는 “윤기와 탄력 개선은 이미 존재하는 모발의 물리적 상태를 개선하는 개념”이라며 “모근 활성화나 발모처럼 새로운 모발 생성 효과와 동일시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명백한 왜곡”이라고 말했다.

 

이어 “탈모는 질환 특성과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의약품과 기능성 화장품, 일반 건기식을 명확히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향후 카드뉴스 제작 등 홍보를 통해 소비자 인식 개선에 나설 계획이지만, 업계의 자극적이고 교묘한 마케팅이 지속되는 한 소비자 피해와 혼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