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집을 정리하고 서울 근교인 양평의 숲 속으로 이사를 간 친구가 있다. 그 곳에 집을 지으면서 커다란 가마솥 두 개를 걸어 놓았다. 처음에는 근처에서 산 한우 꼬리로 곰탕을 끓여 친구들을 초대하였다. 밤새도록 사골을 끓인 뒤에 쇠꼬리를 넣고 다시 끓이니 그 국 맛이 기가 막혔다. 그 옆의 솥에서는 장작 불로 밥을 짓는데 그 밥 맛만으로도 인기를 끌기에 족하였다.
시절에 맞게 때때로 오골계도 끓이고 소머리도 끓이면서 친구들을 초대하였는데 어느 날 친구들이 의논을 하였다. 이 곳의 당호를 지어 주자는 것이었다.
이 곳에 친구들이 모일 때면 언제나 웃음이 그치지 않는데다 집 주인의 웃음소리가 너무 호탕하고 아름다우니 이름을 “만소장”이라 하기로 하였다. 웃음이 가득한 집이라는 뜻이었다. 서예가에게서 글씨를 받아 좋은 나무에 새겨서 멋있는 현판을 만들었다. 바로 현관 위에 “만소장”이라는 현판을 걸으면 혹 여관으로 잘 못 알까 하여 약간 왼쪽으로 멋지게 달아 놓았다.
사실 현판의 글자 뜻 대로 이 집 모임에 가보면 언제나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이곳에 초청되는 사람들은 근래 들어 이렇게 많이 웃어 본 일이 없다고 했다. 사실 대화 내용을 글로 적어 옮겨보면 별로 우습지 않은 얘기임에도 다들 즐겁게 웃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던 차에 그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되었다.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프라빈’이 실험으로 밝혀 낸 바에 의하면 사람들이 대화 도중 웃는 상황 중에서 농담이나 이야기 내용 때문에 웃는 경우는 10~20%에 불과하다고 한다. 오히려 일상적인 안부를 나누는 중에 가장 많이 웃는다고 하며 가장 큰 웃음이 터진 대화들을 분석해 보더라도 그다지 포복절도할 내용은 아니었다고 한다. 게다가 농담을 듣는 사람보다 농담을 하는 사람이 1.5배 이상 더 많이 웃는 것도 발견했다고 하였다.
결국 대화 상대방에게 친밀감이나 호감을 느끼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즐거워 웃는다는 것이다. 꼭 농담을 주고 받아야만 웃음이 넘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아마도 손님들은 그렇게 정성들인 음식을 마련하고 불러준 친구가 고마워서, 또 집 주인은 서울에서 1시간이나 떨어진 산속까지 찾아와 준 친구들이 반가워서 서로 특별한 친밀감 에서 오는 분위기 상승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런 분위기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제 때에 추임새를 넣고 말을 받아 주는데다 술도 한 잔 걸치니 더욱 웃음이 넘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프로빈 교수의 말대로 웃음은 그저 유머에 대한 생리적인 반응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 주는 사회적 신호라는 주장이 더 맞는 것 같다. 예전에 가장 많이 알려진 해석으로는 홉스가 말한 “웃음이란 타인의 약점을 자신의 약점에 비교해 우월감을 느꼈을 때 나타나는 갑작스런 승리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불경기가 깊어가면서 여기저기 우울한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고 얼굴에는 수심이 깊어가고 있다. 이럴 때에는 입술끝을 끌어올려 일부러라도 웃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부러라도 웃으면 그것이 손 펌프의 마중물처럼 더 많은 웃음을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많이 웃으면 백혈구의 양이 증가하는 반면 면역기능을 둔화시키고 스트레스를 높이는 코티솔이라는 홀몬의 양은 줄어든다고 한다. 체내 독성 물질과 싸우는 세포의 활동영역도 넓어져 자주 웃는 사람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나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이 훨씬 강하다는 것이다.
경기가 나쁠 때 병까지 걸려서야 되겠는가.
집집마다 마음속에 '만소장'의 현판을 걸어 놓고 항상 웃는 습관을 갖게되면 가족간에도 더욱 친밀한 관계를 갖게 될 것이 틀림없다.
경기는 파동이어서 끝없는 추락도 없고 끝없는 상승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이번 어려움도 웃으며 보내 보면 좋겠다.
근심하고 찌푸리는 것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한다. 올 해는 억지로라도 웃음을 띠며 걸어보자.우선 내 가족으로 부터 호감을 사보자.
푸드투데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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